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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Aug 11. 2023

봉수대 옆에 심었던 나무

쉬나무



옛날 양반집에서는 아들이 태어나면 회화나무를 심고,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아들은 훌륭한 학자로 대성할 수 있도록 대문 앞에 회화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지금도 옛 사당이나 궁궐에 가면 어김없이 회화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장수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속성수인 오동나무는 뒤꼍 굴뚝 옆에 심어 딸을 시집 보낼때 장롱을 만들기 위해서 심었다.


그런데 양반들이 이사 갈 때 필수적으로 가져가는 나무가 있었다. 그건 쉬나무이다. 쉬나무 씨앗으로 등불을 밝혀주던 기름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야 저녁에는 일찍 잔다고는 하지만 주경야독으로 글을 읽어야 하는 선비들의 호롱불은 밤새도록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쉬나무는 연기가 적어 방에서 호롱불로 사용하기가 좋았다고 한다. 형설지공이라고 하지만 그건 이야기에 그친다. 실질적으로 눈과 반딧불로는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tv프로그램을 봤다. 이 쉬나무 열매의 씨앗은 깨를 볶으면 참기름이 나오듯 쉬나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집에 두고 사용해야 하는 귀중한 나무였기에 이사 갈 때 보물 1호로 챙겨갔다고 한다. 전에 동백나무와 쉬나무가 손쉽게 기름을 얻을 수 있는 나무였다.



나라의 중요한 것을 알려야 할 때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봉수대를 지어두고 연기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때 불을 피울 때 사용하기 위하여 봉수대 옆에 쉬나무를 많이 심었다. 서울 남산에 가면 가장 높은 곳에 봉수대를 볼 수 있는데 커다란 세 그루의 쉬나무가 지금도 자라고 있다. 그래서 남산에 쉬나무가 여기저기 많이 있다. 도서관 옆에 쉬나무가 꽤 크게 퍼져 있기도 한다. 중부 이남지방에선 마을 근처와 뒷산에서 흔하게 보이는 나무였다지만 요즘은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공원 같은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쉬나무란 이름은 수유나무에서 쉬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지금도 수유나무라고 한다.




쉬나무는 등불을 밝히던 기름으로 사용된 중요한 나무였지만 요즘에는 밀원수로 아주 중요한 나무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 꿀을 만들던 아카시꽃이 양봉의 80% 이상을 차지했는데 요즘 들어 아카시나무가 줄어들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 황폐화된 산림을 책임졌던 아카시가 언젠가부터 毒樹로 취급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하여 지금은 거의 사라지게 생겼다고 한다. 그건 결국 꿀벌의 먹거리도 사라진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쉬나무는 여름에 꽃이 피는 데 황록색으로 흰빛에 가깝게 핀다. 원뿔모양의 꽃차례로 작은 꽃이 풍성하게 된다. 다른 꽃에  비해 개화기간이 길고 특히 다른 꽃들이 거의 없는 여름에 피어 많은 꿀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밀원수이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엄청난 열매가 달린다. 작은 까만 씨앗이 한 나무에서 15킬로그램이 넘게 나온다고 한다.


밀원수로 외래수인 아카시를 장려하는 것보다는 대체수를 찾게 됐는데 그 나무들이  쉬나무, 헛개나무, 찰피나무 등이다. 그중에 쉬나무가 가장 꿀벌들에게 최고 인기나무이고 분비량이 월등이 많다는 것이 확인되어 요즘은 쉬나무를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꿀벌들이 아카시꽃이 끝나면 대체할 먹이를 못 찾게 되는데 여름철에 꽃이 피는 쉬나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밀원수(꿀샘나무)와 양봉업은 공생 관계이다 보니 4계절 내내 꽃이 개화될 수 있도록 밀원수를  여러가지 수종으로 식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쉬나무 #밀원수#봉수대#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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