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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5. 2024
신부의 화환도 만들고 아스피린의 원료도 사용되는 나무
조팝나무
올해는 봄이 조금 늦게 오는 모양이다. 형체도 없지만 잊지 않고 찾아와 주니 고맙기는 하지만 꽃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늦게 오는 꽃소식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꽃 없는 꽃 축제를 열어야 하니 사람은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을 거다. 사람도 변덕이 심한데 자연한테만 약속을 안 지킨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것도 사람이 자연을 훼손한 결과라고 하니 할 말은 더 없다. 사람은 자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자연은 사람이 없는 세상을 더 좋아할 거다. 이길 수 없는 자연에 기꺼이 수긍하고 더 자연을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2월 말에 싹이 나기 시작한다내가 올해 가장 먼저 접한 꽃은 조팝나무이다. 아니 가지에 눈 뜨기 시작하던 새싹을 가장 먼저 접했다. 그때가 2월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보는 조팝나무 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전국의 정원이나 울타리. 길가. 풀밭등 가리지 않고 햇살이 있는 곳에서는 볼 수 있는 친근한 나무이다. 줄기가 뿌리에서 모여 나와 덤불을 이루며 자라는 낙엽관목이다. 늘어진 가는 줄기는 찬바람을 견디며 잎눈이 가장 먼저 세상 구경 시작하면 봄이 시작한다.
긴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꽃줄기는 하얀 도깨비방망이 같기도 하고, 하얀 눈처럼 꽃송이가 몽실몽실 피어나는 모습은 팝콘 튀긴 모습 같기도 하다. 좁쌀을 튀긴 듯한 모습에 조밥나무라고 부르다 조팝나무라고 불리게 되었다. 쌀을 소복이 담은 모습의 이팝나무와는 다르지만 혼동을 많이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이팝나무는 조팝나무 꽃이 다 지고 난 후 하얀 꽃이 쌀밥 같은 모양으로 피어나서 이팝나무라고 한다. 즉 조팝나무 꽃이 지고 난 후 5월에 교목으로 피는 나무는 이팝나무다. 관목은 작으니 좁쌀 닮은 조팝나무이고, 교목은 키가 크니 쌀 같은 이팝나무라고 외우면 쉽게 혼동하지 않는다. 이팝나무가 필 때 조팝나무꽃이 공처럼 뭉쳐나는 공조팝이 피어 이팝나무와 경쟁하기도 한다. 조팝나무는 주로 울타리를 장식하고, 이팝나무는 도로를 장식하는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이팝나무조팝나무를 영어로 bridal wreath라고 한다. 신부의 화환이다. 신부의 화관으로 만들어 머리에 쓰면 신부는 천사 같은 모습으로 변모된다. 이른 봄에 핀 가지를 화사하게 꽃꽂이에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봄의 화사함과 신부의 화사함을 배가 시킬 것이다. 그런데 꽃말은 조금 실망이다. 꽃말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헛수고, 하찮은 일 등이라고 하니 꽃말에 의미를 주는 사람은 조심해도 좋을 것 같다. 버드나무껍질에 들어있는 실리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아스피린의 원료가 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이다. 조팝나무에도 실리실산의 유도체가 있다고 한다. 아스피린이 'aspirin'이고 조팝나무 학명이 'spiraea prunifolia'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울타리를 다 덮고 있다찬바람 속에서 나온 꽃잎이 두 세 마디 자라기 시작하면 작년에 키워둔 2년지 가지에서 꽃눈이 나오기 시작한다. 작은 산형 꽃차례에 백색의 양성화가 3~6개씩 모여 달리기 시작한다. 꽃잎 안에 암술 4~5개와 많은 수술이 함께 한다. 암술이 수술보다 짧은 모습이다. 이는 열매를 잘 맺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한다. 털이 있는 1~2cm의 꽃자루가 꽃들을 안고 바람에 흔들거리기 시작하면 봄이 익어가기 시작한다. 자라던 잎들은 자람을 잠시 멈추고 지난 1년을 자란 기다린 줄기에 꽃들이 자라도록 잠시 기다린다. 꽃들이 달린 2년지의 줄기의 끝은 성장을 멈추기 위해 말라 있는 걸 볼 수 있다. 자연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스스로 성장하며 번식을 해간다.
2년지에 꽃이 달린다
황매화의 겹꽃이 죽단화이듯 조팝나무도 겹꽃이 핀다. 조팝나무에 겹꽃이 피는 원예종을 만첩조팝나무라고 한다. 요즘은 화단 안에 빨간 일본 조팝나무도 많이 보인다. 어쩌든 일본은 종자 변형시키는 것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일본조팝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