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과 행복은 깨져서 온다.
아직 갈지 않은 밭에서 검은 비닐이 나부끼고 있었다. 몇몇의 부지런한 농부들의 밭은 갈아 엎어져 벌써 양파나 마늘을 심어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밭둑에는 검불들이 엉켜있는데, 농수로에는 산에서 녹아 흘러든 맑은 물이 졸졸졸 흘렀다. 자갈을 섞어 만든 시멘트 농수로 바닥의 모래가 영롱하게 비추어 보였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의 옷차림은 겨울이고, 한낮에 사람들은 얇은 점퍼 차림이다. 간혹 반팔에 긴바지나 점퍼에 반바지를 입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신발도 반부츠부터 러닝화, 플랫슈즈, 크록스까지 다양하다. 이 계절은 사람을 다양하게 만든다. 다양한 차림으로 사람들은 뛰거나 걸었다.
막, 피어난 산수유가 가지 끝마다 노란 꽃을 피워 올렸다. 자세히 보면 꽃 하나하나가 다 다르게 피어있다. 하루하루 산수유나무는 더 많은 꽃을 피워낸다. 그 밑에 잡초처럼 납작 엎드린 냉이가 숨어있다. 자세히 보면 어떤 꽃을 피울지 알 수 없는 연둣빛 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달래를 쫑쫑 썰고, 고춧가루, 깨소금, 간장, 다진 양파, 참기름을 조금씩 넣는다. 달래간장은 만들어두면 쓸모가 많다. 날김에 싸 먹어도 맛있고, 각종 양념이 필요한 음식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오늘은 순두부를 데워서 달래간장을 뿌려 먹는다. 음식이랄 것도 없는데, 달래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다. 밥에 쓱쓱 비벼 먹는다. 간장의 짠맛이 중화되면서 부들부들하고 쌉싸래하고 알싸한 맛이 밥의 단맛과 만난다. 봄의 향기가 씹힌다.
봄비가 내렸다 말다를 반복한다. 나뭇가지 끝에서 소중한 한 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흙바닥에 물의 무늬가 그려진다.
불행도 행복도 봄비처럼 온다. 천천히 스며들게, 내릴 듯 말듯하게. 어느 순간 젖어있게. 비가 그치고, 불행을 햇볕에 말리면 지나간 흔적만 남겨져 있다. 우산 위에 얼룩으로, 어깨 위에 얼룩으로. 그 봄비를 맞고 작물들이 자란다. 완전하지 않은 불행과 완전하지 않은 행복을 반반씩 맞고 어떻게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