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곳에
감사를 세 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사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났을 때 일어나고 난 후에
할머니 세 분이 식당 앞 경계석에 앉아 볕을 쬐고 계신다. 봄이 되면 어디선가 나타난 할머니들이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계신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찾는다. 할머니들도 그러할 것이다.
입술이 불어 터진 날, 살겹살이 먹고 싶고, 속이 안 좋으면 된장국이 먹고 싶고, 이른 봄에는 냉이와 달래가 당긴다. 그때그때 필요한 영양분이 있는 음식이 입맛을 살리고, 피로회복제가 된다.
밤바다에 깜박이는 등대가 여기가 어딘지 길잡이기 되어주고 있었다. 파도가 겹겹이 밀려오고, 모래사장이 붙드는 발을 빼내며, 해안가를 걸었다.
나는 어디쯤일까.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습관처럼 참았다. 늘 바다를 보면 바닷속 끝도 없는 길을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인간이 물속을 걸을 수 없다는 물리적인 이유 말고, 끝도 없는 어두운 바다를 걸어가야 할 것 같았다.
여행의 즐거움과는 별개로 집에 도착하면 나도 모르던 긴장감이 풀린다. 피곤이 밀려온다.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해서 위장도 아프다. 이럴 땐 무엇을 먹어야 할까. 마침 냉장고에 있는 시금치 한단이 떠올랐다.
시금치의 꼭지를 자르고 이파리 사이에 흙이 껴있을 수 있으니 잘 흔들어 씻는다. 코인 육수와 간 마늘 넣고 물을 끓인다. 된장을 채에 받쳐 풀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씻어놓은 시금치와 표고버섯, 파를 넣고 은근한 불에 끓인다. 고춧가루를 조금 넣는다. 파랗던 시금치에 된장 물이 들면 국이 왼성된다.
냉동실에 있던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시금칫국에 밥을 말아먹는다. 이 음식에 위장이 조금 진정된다.
엄마는 늘 여행을 갔다 오면 ‘집이 제일 좋아’라고 했었다. 내가 그 나이가 됐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도 그만의 즐거움이 있고, 환기도 되지만, 익숙한 곳이 편안할 나이가 됐다. 내 침대가 제일 좋고, 날 목 빠지게 기다리는 고양이가 있고,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곳. 봄날의 햇볕 같은 곳. 내 몸 상태에 맞춰 나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넣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곳.
엄마는 여행에서 돌아오면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김칫국을 끓였다. 그 김칫국이 이제는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