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냄새

벚꽃

by 빨강



향긋한 냄새에 뒤돌아보니 바람에 실려온 꽃냄새였다.

손가락을 쫙 펼쳐본다. 며칠 전 친구가 붙여준 네일 스티커가 반짝반짝 빛난다. 손톱이 잘 찢어지고 손에 상처가 많이서 네일아트는 해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 네일스티커 하나에 기분이 좋아진다. 손톱에 벚꽃이 앉아있다.


버스정류장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타신다. 노란 커버가 씌워져 있는 노약자석에 앉으신다. 창문을 살짝 밀어여시는 데, 정육점의 붉은빛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다. 오래 산 사람에게서 나는 생이 켜켜이 쌓인, 죽음에 가까이 와 있는 냄새. 봄이 어김없이 오는데, 어떤 봄은 죽음과 가까이 있다.


겨우내 아무렇게나 자란 머리칼을 자른다. 수만 번 가위질을 한 손이 지나갈 때마다 머리칼이 후드득 떨어진다. 가벼움이 목덜미에서 느껴진다. 사각사각 사과 자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미용사의 서사가 가위질로 드러난다. 바닥에 흩어진 여러 사람의 머리칼이 빗자루질 한 번에 쓸려나간다. 미용을 채우는 올드팝과 파마약, 각자의 머리칼에서 나는 다 다른 냄새. 드라이가 머리를 말리는 동안 내 머리에선 오래된 생의 냄새가 난다.


꽃잎을 닮은 손톱 하나에도 기분이 환해지는데, 꿈에서는 죽은 사람이 찾아온다. 이 봄을 같이 느끼고 싶어 손을 잡고 걷다 보면, 빈손이 된다.



벚나무는 봄마다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만개한 벚꽃을 찾아 사람들은 봄이면 어디든 간다. 이 동네에도 벚꽃 축제가 코앞이라 듬성듬성 핀 벚꽃을 한 그루 걸러 한 그루마다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벚나무 밑에서 벚꽃을 올려다보면, 달이 가지와 꽃 사이에 걸려 있다. 꽃 피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귀밑까지 오는 머리칼이 공중에 날린다. 꽃잎은 아직은 떨어질 때가 아니라며, 꽃대를 단단히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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