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잊고, 잊어도
간의 침대가 체중을 온전히 싣고 수술실로 굴러갔다. 짙은 파란색 옷을 입은 남자는 좌측과 우측으로 발을 빠르게 바꾸며 커튼이 반쯤 쳐진 곳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백색등이 밝아서 눈을 빠르게 감았다 떴다. 수술동의서를 받는 사람 옆에 흰 강보에 싸인 아이처럼 병원이름이 찍힌 이불에 감싸인 채 나는 떠나간 고양이를 떠올렸다.
흰 패드 위에 모로 누운 점순이의 감긴 눈을 뜨게 하려고 애쓰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쓸어내렸었다. 오줌이 쪼르르 흘러나오고 패드에 노랗게 스며들었다.
대기실에서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수술할 부위를 옷을 걷어 확인하고 의사는 간의 침대를 밀고 나아갔다. 누워있는 오른쪽으로 수술방 1번 3번 5번이 지나고 침대 바퀴는 수술실을 가로질렀다. 13번 가장 안쪽 방에 도착해서. 파란색 시트 위에 옮겨졌다. 오른팔에 주사가 연결되고 차갑고 싸한 액체가 손등으로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산소호흡기를 코와 입에 갖다 댄 여자 의사가 숨을 깊게 쉬라고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여덟 번.
눈을 뜨자마자 추위가 몰려왔다. 손발이 덜덜 떨렸다. 손끝과 발끝엔 감각이 없었다. 이가 딱딱 마주쳤다.
추워요. 추워요.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 흘러나왔다. 발밑으로 열풍기가 들어왔다. 하얀 이불속에 따뜻한 공기가 채워졌다.
배가 아파요. 너무 아파요.
진통제가 혈관으로 차갑게 들어왔다. 이렇게 아팠을까? 점순이도 이렇게 죽을 만큼 아팠던 걸까. 죽으려면 얼마나 아파야 하는 걸까.
주르륵 오줌 누는 기분이 들었다. 오른손에 찬 심장측정기 규칙적인 삐삐삐 소리 사이로 비닐주머니에 조르륵 오줌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아파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튼을 사이에 두고 살려고 애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이 말랐다. 점순이의 입에 티스푼으로 물을 흘려 넣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점순이의 입으로 들어간 물을 곧장 시트를 레몬색으로 적셨다. 점순이는 몸을 덜덜 떨었다. 내 몸도 덜덜 떨렸다.
보고 싶은 얼굴이 떠올랐는데 이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손에서 점순이의 거칠고 보드라운 털이 느껴졌다. 정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고통이 전신을 문질렀다. 누가 보고 싶었는데 잊고, 떠올리려다 잊고,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