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법

스님, 나는 스님 못해요. (8)

by 초오록

지금의 엄마와 스님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관심으로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곤 하는 그런 사이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둘은 그렇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친구 사이인 것이다.


내 안에 억지로 가두지 않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해라. 주제넘지도 않았다.


신자도 아닌 우리가 스님과의 오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그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었다.




스님은 부처님께 올리고 난 음식을 신자들과 나누시며 꼭 우리 몫을 챙겨 엄마에게 그것을 한 보따리씩 전해주셨다.

보따리 속에는

보통의 날은 과일과 떡이,

스님 표 음식을 하셨을 때는 카레와 밑반찬들이, 그리고 동짓날에는 팥죽이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절에 자주 가지도,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지만 스님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소리도 없이 보따리만 덜렁 놓여있질 않나 급한 용무가 있으실 때는 우리를 도로 어딘가로 불러내어 보따리만 안겨주고 가시질 않나, 또 직접 오시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때는 지인분들을 통해 대신 전해달라 부탁하시며 그렇게 과분하리만큼 우리의 보따리를 챙기시질 않나.

그러니 어떻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


부모님은 상응하는 마음을 베풀고, 이따금 절에 방문하기 위한 시간을 냈다.

엄마는 매번 마다해도 못 들은 척 눈 감아버리는 스님의 모습에 감사함과 죄송함을 담아 어느 날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스님, 전생에 저한테 죄를 많이 지으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번 생에 이렇게 잘해주시지.”


그러자 스님도 답하셨다.

“맞네요. 내가 전생에 많이 잘못했나 보다.”


많은 마음이 녹아있는 농담은 살랑거리는 따뜻함이 있는 듯하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의 보따리를 챙겨주시는 스님은 늘 같은 말씀을 하신다.


“이 집은 식구가 많잖아요. 먹을 입이 많잖아요.”





식구가 많아도,

먹을 입이 많아도,

그것이 스님께서 우리에게 보따리를 줘야 할 이유는 되지 않고, 우리도 우리 몫의 보따리를 기대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오고 감이 더 이상 부담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내 마음을 너에게 표현하고 그 마음이 받아들여졌을 때 알게 되는 감정.


우리가 함께 한 경험 속에서 쌓아온 그 감정이 아직까진 비슷한가 보다.




떠나갈 인연은 가지 말라 악을 써도 떠나가고, 머무를 인연은 내가 나답게 살아도 내 곁에 머물러 있다. 자연스레 인연이 닿은 우리가 계속해서 나답게 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스님, 제게 더 이상의 마음을 원하시면 안 돼요. 저는 지금의 거리가 좋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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