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식사

스님, 나는 스님 못해요. (7)

by 초오록

22년 7월의 한 일요일. 나는 엄마와 함께 스님을 뵈러 절로 향했다. 우리는 신자가 아닌 친구 사이이기에 절에서의 만남은 오랜만이었다. 절을 방문한 불교 신자들이 모두 절을 나서자, 우리는 스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채소와 과일이 듬뿍 들어간 메밀 비빔국수와 토마토 파프리카 국. 불교는 고기를 먹지 않기에 음식이 맛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절밥은 꽤 나 맛있다. 스님의 식단이 내 입맛에 잘 맞기도 하고.



KakaoTalk_20231022_135941048_02.jpg 과일과 채소가 들어간 스님 표 비빔국수


앞서 이야기했듯 스님은 내게 스님이 되기를 권유하신 적이 있다. 절에 들어와 스님이 되는 것이 어떠냐. 직접 말씀하시기를 한번, 인도로 보름간 수행을 하러 갈 예정인데 함께 갈 생각이 있는지 돌려 물으시길 한번. 나는 그 모두를 거절했다. 이유를 말하라 하면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나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라.

속세에서 하는 수행만으로 나는 족하다.


나는 그 세계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다. 그 삶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내 앞에 닥치기 전에는 무슨 일인들 알겠냐마는 나는 아직 그 자리와 나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스님이 나의 어떤 면을 보시고는 수행자의 길을 말씀하셨는지 답을 알지 못한다.


나는 스님과 잦은 만남을 가진 적도, 많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눈 저 날이 스님을 알게 된 후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눈 하루였다.

우리의 식사자리는 엄숙하지도 심오하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그저 가볍게 할 수 있는 안부 인사, 사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그 당시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한 달 만에 관둔 상태로 의도치 않게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그 이야기를 스님께 해 드렸다. 그것이 내게 있어 최근 벌어진 일 가운데 가장 큰 이슈였으니까. 맞장구를 치시며 내 편을 들어주시는 스님께서는 내가 원장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으셨다. 또 내가 했던 다른 이야기라면 동생에 관한 이야기로 기억한다. 여동생과 나는 연년생으로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자주 싸우지는 않냐는 질문이셨다. 그 답은 내가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때 하고 싶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기 때문이지.


그 답이 마음에 드셨나 아니면 내 성격이 종교인에 가까워 보이나. 나는 여전히 스님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나는 사람을 보면 짧은 시간만으로도 투명하게 그 사람이 보이는 듯할 때가 있다. 뭔가 싶겠지만 예민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몸짓, 눈빛, 말투 그리고 몇 마디만 나눠봐도 그 사람을 얼추 파악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감이 예민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완벽히 안다 할 수는 없다. 무엇이든 한 번에 자신의 모든 면을 드러내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상상을 해 보자면 스님도 그 예민하신 감으로 나를 얼추 파악해 보신 것 같다.


하지만 스님, 저를 완벽히 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참 속이 시끄러운 사람이랍니다. 가만히 있어도 해야 할 생각이 너무나 많아요. 이렇게 스님까지 제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니 부처님에 대한 저의 수행을 시작하기엔 한참 멀었습니다!


nature-2438103_1920.jpg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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