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입니다. 제가 주변에서 보고 느낀 요즘 20대는 다들 디지털에 강한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 폰과 컴퓨터를 접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를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세계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아다닙니다. 몇 년 전부터 카페와 식당에서의 주문 시스템이 키오스크와 모바일 오더로 변화하는 등 빠르게 변화해 가는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음에 따라가기에 벅찬 심정입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뱁새를 맡고 있으며 20대 청년들 사이 60대가 된 것만 같은 새로운 변화에서의 도태를 느낍니다.
몇 년 전, tvN에서 방영했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를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보면서 제가 경험해보지도 못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옛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앞 집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당황하며 어색한 인사를 하는 지금과 달리, 이웃들 간에 친근한 정이 느껴지고, 음성 인식과 터치 몇 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아닌 추억의 삐삐와 공중전화가 등장하는 그 시대 정서가 아날로그적 인간인 저한테는 딱 맞았죠.
‘내가 한 세대만 더 빨리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저 시대에 살았더라면 참 행복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듬뿍 가지고 현실 세계로 돌아와 다시금 컴퓨터 앞에서 버벅거립니다.
잘만 활용하면 참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이 많은데 아무리 많은 기능을 넣어줘도 쓰지를 못합니다. 아날로그적 인간의 눈으로 보면 아무리 간단한 UI라 하더라도 이해하는데 디지털적인 인간보다 최소 3배는 더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저 써야 하는 기능을 더듬더듬 찾아가며 숙달하기 위해 노력할 뿐 새로운 기능에 대한 관심도, 알아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메모를 할 일이 있으면 요즘 20대들은 핸드폰 메모장이나 스케줄러에 기록을 하곤 하는데, 저는 아직도 공책과 연필을 찾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성향은 다르기에 저에게는 손으로 쓰는 글씨가 훨씬 입력과 정리가 잘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수고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아날로그적 인간에게는 수고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나에게 맞는 방식대로 살아갈 뿐.
이래서 참 속상합니다. 점차 디지털적인 세상으로 변화해가고 있고 요즘 시대에는 또 그게 맞기 때문이지요. 나의 성향과 시대의 성향이 다르지만 누구를 탓할 수가 없습니다. 속세를 등지고 홀로 산속에서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부분은 따라가는 게 맞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더라도 더 이상 종이에 연필과 물감으로 직접 그리는 시대가 아닌, 일러스트 펜을 잡고 태블릿 pc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대인걸요.
어쩌다 보니 컴퓨터와 태블릿 PC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어야 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성향에 맞는 일을 하며 꽃길 걸어야지 했던 제가, 시대 성향을 반영하니 꽃길이 아닌 디지털 8할, 아날로그 2할의 가시밭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을 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눈과 머리가 참 고생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낸 결과물을 보면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디지털적인 인간이 디지털을 이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 때 보다 10배는 더 행복에 겨워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메슥거림을 참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 모든 것을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던 순간들이 정말 뿌듯하고 값지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컴퓨터 앞에 서면 작아지고 버벅거리지만, 언젠간 툴을 다루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워질 그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유튜브로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