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나는 스님 못해요. (0)
나는 스님으로부터 스님이 되기를 권유받은 적이 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쓰기에 앞서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깊고도 심오한 종교 이야기가 아니니까. 나는 그저 나만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살고 싶을 뿐이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우리 집엔 성모 마리아 님도 계시고, 부처님도 계신다.
우리는 서로의 종교를 욕하지 않고, 각자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나와 여동생은 불교 유치원을 남동생은 천주교 유치원을 나온 후, 종교의 색이 없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개신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된 중학교를 제외한 엄마 아빠의 유치원 선택 기준은 종교가 아닌 아래와 같았다.
첫째, 집과의 거리
둘째,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많이 가는 곳
나는 종교가 없지만 그렇다 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는다. 중학교 합창시간에 야곱의 축복 피아노 반주를 자원하여 친 적이 있고, 집에선 법륜 스님의 책을 읽었으며, 저녁엔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을 들으러 성당에 갔다. 절에 방문할 때면 법당에 앉아 부처님을 바라보았고, 미소 짓고 있는 두봉 주교가 보고 싶을 땐 내가 좋아하는 그 영상을 찾았다.
누가 보면 바보 같다 할 테지. 옳지 않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종교를 향한 신앙심도 없는 가벼운 사람이라 여길 수도 있다. 나는 살면서 내 종교를 묻는 사람들에게 종교가 없다고 답하면 종종 자신의 종교를 믿으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나는 복잡한 대답 없이 미소 짓고는 그저 넘어가기를 바랐지만, 모가 난 어떤 사람들은 내가 신앙이 없다는 이유로 되려 나를 모가 난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옆엔 스스로가 믿고 있는 스스로의 종교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주지 스님과 천주교 신자인 우리 엄마. 그들은 나에게 함부로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10년도 더 전, 천주교 신자인 우리 엄마는 불교 신자인 지인의 소개로 해당 절의 주지 스님(비구니)을 만났다.
인사만 하고 지나갈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우리 엄마와 스님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엄마는 어느 날 스님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스님, 나 꼬시려고 하지 마요. 나는 하느님한테 갈 거예요.”
그러자 스님이 답했다.
“안 꼬셔. 안 와도 돼요. 하느님한테 가세요.”
참 재미있는 인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