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무덥고 찌는 듯 한 여름, 나는 바다를 찾았다.
인천공항 마을 버스정류장에는 바닷가로 향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도 그 틈에 혼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 둘 흩어져 사라지고,
나는 멍하니 서서 중얼거렸다.
“그냥 집에 가야겠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여자가 밝게 웃으며
“나하고 같이 가요!”
나는 웃으며 “그럴까요?”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서초동 언니를 만났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이 소중한 만남이 되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늘 도와주려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날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 세 명이 한 팀이 되었다.
우리는 바닷가를 걷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바다는 만조라 갯벌이 잠겨 있어 바닷가 옆에 있는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그리고 바닷물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자 신나게 맨발로 갯벌을 뛰어 들어갔다.
이곳은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하나개’ 란 큰 갯벌이란 뜻이라 한다.
며칠 후 나는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갔다.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설렌다.
바다에 도착했을 때,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서 우리는 걸었다. 갯벌은 발바닥을 지압하는 자연의 빨래판 같다. 끝없는 갯벌을 한참 걸어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모든 것이 마치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다.
햇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면 시원하다. 언니들과 나는 아이처럼 뛰어다니며 웃고, “야호!” 소리를 질러도 본다.
어떤 날은 물고기가 파도를 타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진기한 모습을 본다. 그것을 보면서, 마치 돌고래 쇼를 본 듯, “야! 행운이다.”라고 함께 함성을 지른다.
바다는 언제나 설레는 장소다. 70대가 가까운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세 여자가 서로의 이름도, 서로의 삶도 알지 못하면서 함께 걷는 이 시간만으로도 삶의 선물을 받은 양 즐거워한다.
그리고 서초동에서 온다고 해서 서초동언니, 전국 휴양림을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휴양림언니라고 부른다. 장난스러운 별칭은 어느새 정겨운 호칭이 되었다.
나는 언니들 틈에서 사랑받는 동생의 자리에 있다. 언니 둘이 챙겨주고 말한마디라도 다정하게 대해준다. 만나면 좋고 헤어지면 또 만나고 싶은 사이가 되었다.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은 우리의 만남을 있게 한 곳이다.
나는 집 가까운 산만 산책했었는데 이번 여름은 바다에 흠뻑 빠져 산다. 언니들을 만나서 갯벌을 꾸준히 갈 수 있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누군가 ‘산‘을 좋아해? ‘바다‘를 좋아해? 물었을 때. ‘산‘이라고 답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하나개 갯벌은 그 대답을 ’바다’라고 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렇듯 유난히 무더운 여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갯벌을 향하여 이곳을 자주 찾다 보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서 있다.
인생길에서 만남의 축복은 우연은 없다고 생각된다. 그때, 그 시간에 만남이 이루어지는 일은 신기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하늘의 뭉게구름을 함께 감상하고, 파도 위 수평선을 바라본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시름도 고민도 잊는다.
이곳은 피난처이자, 마음속 꿈과 희망을 다시 심어주는 마법 같은 장소다.
바다는 오늘도 넓은 마음으로, 열정과 웃음을 품고 살아가라고 한다.
우리는 그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25년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