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대한 삶과 사상
내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불교를 처음 인식하게 된 지점은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맡을 수 있었던 향냄새, 학교에서 소풍이나 현장 학습을 가게 되면 들렀던 절들, 그리고 주변 환경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많은 불교와 관련한 물품들이나 생활 습관 등등. 이와 같이 나처럼 어려서부터 불교 문화권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살아온 사람들이 많을 거라 짐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 교리를 제대로, 아니 어느 정도라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부처님이 계시고, 그런 부처님을 모시는 절이 있고, 그런 절에는 스님들이 계시고, 그런 공간에는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향냄새가 있는 정도로만 불교를 인식해 왔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느끼는 것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접했던 시간들이 쌓여 생긴 친숙함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왔다. 또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로 달리 말하자면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도 있었기 때문에 딱히 어느 곳에 속하고 싶지도 않았던 어릴 적 나는 다른 사람들의 '어떤 종교를 믿냐'라는 질문에 '무교지만 불교에 가깝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정작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30대가 되어서였다. 30년 남짓 인생을 살아가며 좋아하는 것들도 많이 생기고 더불어 싫어하는 것도 많았다. 좋아하는 것들이 생기고 싫어하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은 결국 많은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과 같다. 인생에 많은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한참 머리가 아프던 그때 나는 유튜브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만나게 되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법륜 스님께서 대중의 고민들 듣고 그 고민에 대한 설명을 하시는 일종의 강연이다. 대중들의 많은 고민에 대한 불교적인 접근을 통한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많은 위로와 해소감을 느꼈던 나는 결국 한동안을 유튜브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진짜 불교라는 종교가 어떤 것인지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불교의 경전인 '반야심경'이나 '금강경'을 처음으로 선택할 수 있었지만 불교라는 종교의 가장 중심인물인 '부처님' 석가모니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책은 바로 법륜 스님의 '인간 붓다'이다.
법륜 스님의 저서 '인간 붓다 그 위대한 삶과 사상'은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부처님의 생애를 역사적 순서대로 탄생하시고 35세에 깨달음을 얻고 80세 열반하실 때까지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조명하여, 부처님께서 어떻게 깨달음을 얻고 불교를 창시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태자로 태어나 왕궁에서 가진 것들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지만 중생들의 고통을 보시고 출가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 고행과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다. 이와 관련한 설화하여 부처님의 태몽이나 사문유관과 같은 유명한 설화들도 확인할 수 있다. 책에서는 불교의 핵심 교리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사성제, 팔정도, 연기법 등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부처님의 설법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부처님을 신격화된 존재가 아닌,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 인간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불교의 철학과 실천 방법이 현대인의 삶에 주는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수행을 하셨다. 그중에서 역시 고행이 있었다. 고행을 하는 이유는 당시에 현세와 후세에 즐거움과 고통은 나란히 있기 때문에 고행을 통해서 현세에서 수행을 한다면 후세에는 즐거움만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부처님 역시 수행 초기에 고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쾌락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물론 어느 정도는 타당했지만 고행에 적응이 되어 다시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마음속에서 다시 번뇌를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고행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수행의 목적과 수단이 반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셨다. 때문에 고행주의만으로 완벽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신다. 나 역시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참아가며 억지로 하거나 주말까지도 출근하며 열심히 일을 할 때 느껴지는 고통을 즐겼던 적이 있다. 이런 고통이 남들보다 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했다. 또 이러한 나의 노력이 좋은 보답으로 당연히 보상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오히려 더 크게 무너지며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커졌던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사실 세상은 그냥 그렇게 있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 그러므로 아난다야, 모든 승가의 대중들은 마땅히 자기 스스로가 등불이 되고 자기 스스로가 의지처가 될 것이며, 부디 다른 사람을 의지처로 삼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마땅히 진리의 법을 등불로 삼고 진리의 법을 의지처로 삼을 것이며, 부디 다른 것을 의지처로 삼지 말아야 한다. -
위 글은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시기 전 제자 아난다가 부처님이 가신 뒤 그 후의 일이 걱정되어 질문하자 대답해 주신 말씀이다. 사람은 4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먼저 나쁜 것에 물드는 사람. 그다음으로는 물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는 사람. 그리고 다음은 그 자리에 있어도 물들지 않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좋은 것으로 물들이는 사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스스로 등불이 되라는 것은 좋은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물들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 데, 어떤 것을 과연 좋다고 생각해서 내가 누군가를 물들이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아직은 답을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답을 찾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