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의 시대
21 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여러 다양한 시대를 거치며 살아가고 있다. 뜨거운 증기를 이용하여 자동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던 산업화 시대, 80년대 학생운동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시대, 그리고 21세기 들어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며 형성된 글로벌화 시대 등등 우리는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대를 분리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는 영화나 책에서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일이라 그 후에 태어난 나로서는 크게 와닿는 부분을 느낄 수는 없었다. 나에게 가장 친근한 시대 표현은 바로 '정보화 시대'였다. 컴퓨터의 발전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정보의 생성, 저장, 처리, 전송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하며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화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컴퓨터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수업이 개설되기 시작했었다. 이미 컴퓨터는 가정마다 속속히 보급이 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보화 시대 속에 살게 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과도 인터넷 세상에서 소통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발로 뛰어가며 도서관이나 전문가에게 묻지 않고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계속해서 컴퓨터 하드웨어와 AI의 발달을 직접 목격하고 네트워크 상에서 점점 더 많은 일들이 가능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는 현재를 대표하기에는 '정보화 시대'라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어딘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 '접속의 시대'라는 키워드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정보라는 것은 무엇일까? 가공된 지식과 자료를 어떤 목적에 맞게 정리된 것을 정보라 말한다. 현재 우리는 잘 보급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에 접근하고 취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 틀리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정보는 인터넷이라는 세계의 부분을 확대 적용한 개념이지만, 접속은 인터넷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실물 세계에서도 발견되는 개념이다.
제러미 리프킨 (Jeremy Rikin)의 '소유의 종말 (Age of Access: 접속의 시대)'은 소유 기반의 경제 시스템이 점차 사라지고, 접속 (access) 기반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부상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집필되었다. 정보 기술과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분석하여, 전통적인 소유 개념이 변화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리프킨은 현대 사회가 소유보다 접속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부동산이나 실질적인 물건과 같은 물리적인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정보와 서비스에 대한 접속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접속은 인터넷은 물론 자동차, 주택, 전자제품, 체인점 같은 다양한 실물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에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음악 앨범을 사는 대신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 정수기나 TV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구독하는 서비스 등이 있다.
그렇다면 소유를 하기보다 접속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원인 중 한 가지로 빠른 기술의 발달을 뽑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예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고 이에 따라 제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였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구매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더 좋은 제품이 출시가 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큰돈을 들여 제품을 구매하여 소유하는 것보다 제품을 빌려서 사용하는, 달리 말하자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접속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 된 것이다. 소유가 아닌 제품에 접속을 함으로써 새롭게 출시되는 최신형 제품들을 계속해서 접속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소유를 하게 된다는 것은 내가 소유를 한 것을 계속해서 관리를 해줘야 하지만 접속의 경우에는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불필요하면 접속을 끊으면 된다. 현재 기업 역시 이를 파악하여 새로운 영업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제품을 가지고 있는 경험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제품을 공짜로 제공하고 관리를 해주며 이 접속을 계속해서 평생 유지될 수 있도록 영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 경험과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여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2001년에 출간되었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를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하다.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우리는 접속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다. 제품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인간관계를 접속을 통해서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회비, 입회, 등록, 수임료, 요금 등등의 이름으로 접속형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접속이라는 것은 불필요하면 접속을 끊을 수 있다. 나는 인간관계가 서로 간의 이해, 신뢰와 상호 의무, 공감과 연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문제는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되기까지 불편함이 항상 동반된다. 그렇지만 함께 불편함을 감내하며 완성된 인간관계는 그룹으로서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 속한 개인도 함께 성장을 할 수 있게 한다. 돈으로 구매가 가능한 접속형 인간관계는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할 때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불편함을 쉽게 외면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관계 속에서 놓인 우리는 쉽게 불편함을 외면하며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