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의 본질과 허상을 단숨에 꿰뚫는 세계사
'아는 것이 힘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시간은 돈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누구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들어봤을 법한 말들이다. 과학의 합리성, 시간의 중요함, 법의 공평함을 나타내는 이러한 명언들은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문명인으로써 살아가는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우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을 우리는 그저 순수하게 옳다고 생각해도 괜찮은 것일까? 오히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것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했다. 근사하고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가치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와 함께 모양을 갖추고 발전하며 '서양'이 이 세계를 지배하는 데에 역할을 했다. 이들이 짜놓은 프레임들로 사람들을 본다면 '문명인'과 '야만인'들이 있다. 이들은 본인들이 문명인이라는, 다시 말해 야만인들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우월함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프레임을 짜고 이것을 그들에게 억지로 가져다 들이밀었다. 객관성과 이성으로 대표되는 과학, 지성인이 되기 위해 쌓아야 할 교양, 역사와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와 글,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새로운 자원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 등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서양은 이러한 프레임들을 통해 본인들의 민족성이 우월함을 과시하는 데 사용하여 인종차별과 노예제도에 대한 타당성을 마련하고 전 세계에서 물적, 인적자원을 착취하며 강국으로 성장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각 나라와 부족의 특색 있는 문화와 문명은 단, 편집을 당하며 파괴되어 사라져 갔다.
이 책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목차를 보았다. 목차에는 잘 알던 10가지 문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할 때에는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깨지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때 느끼는 즐거운 경험을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은 우울감이 들기까지 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을 때 내릴 수 있던 대답은 '나는 이 프레임 속에서 잘 살고 있었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 이면에 있는 진짜 사실들을 알게 되자 나 역시도 어떤 것들을 '문명'과 '야만'으로 나누어 '옳다'와 '그르다'로 판단했던 모습들을 인지되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 시간관리에 대해 약간의 강박이 있다. 약속 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 기상 및 취침 시간, 운동 시간 등등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시간 분배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를 가장 먼저 따진다. 식사 시간이 되면 오늘은 어떤 메뉴를 먹을지 생각하기보다는 식사에 할애되는 시간을 먼저 고민한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어 일의 계획을 세우고 잘 마무리하면 그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지만 반대로 잘 마무리하지 못했을 때의 스트레스도 높았다. 하지만 스스로를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시간의 가치를 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책의 6장 '시간은 돈이다'에서 나의 이러한 생각은 이 프레임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은 점점 정확해지도록 발전해 나갔다. 이를 통해 시간관리를 더 정확하고 철저히 하게 되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해 간다. 때문에 점점 바빠졌다. 시간과 함께 다가오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돈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에 대해 효율성으로만 생각하게 된다면 우리가 무엇을 잃고 놓치게 되는 지를 알게 된다. 왜 굳이 취미생활이나 가족, 친구들에게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지? 이 시간을 아껴 일을 한다면 계좌에 돈이 들어오는 데 왜 굳이 다른 곳에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사실은 더 중요한 것은 계좌의 숫자가 아닐 수도 있는 데도 말이다.
살아가며 발전시켰다고 생각한 나만의 기준들과 가치들이 사실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어떤 큰 존재들에 의해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들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프레임들에 몸과 생각을 잘 접고 욱여넣고는 알맞게 잘 끼웠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 제법 씁쓸하게 다가왔다. 책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새로운 편견들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바라볼 때 무엇이 '진짜'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