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아내와 잘 살기...

제7편 아내는 이러한 나를 좋아합니다.

by 이and왕

내 아내는 이러한 나를 좋아합니다.

아내는 아침잠이 많습니다. 그런데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잠이 없습니다.

내가 회사 출근하는 평일은 어쩔 수 없지만 회사 출근이 없는 공휴일에는 아내가 마음껏 잠을 잘 수 있도록 스스로 하기를 합니다.

공휴일에는 혼자 아침밥을 챙겨 먹고 바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산책을 나갑니다.

산책 후 샤워를 한 다음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으면 기지개를 켜며 웃음기 머금은 밝은 얼굴을 한 아내가 굳-모닝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나옵니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진하게 탄 커피한잔을 들고 뒷마당에서 음악을 들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겨울에는 날씨가 추운 관계로 밖에는 나가지 못하고 거실 창가에 앉아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토요일 10시쯤이 되면 옷을 주섬주섬 차려 입고 외출을 합니다.

일주일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녁 술상용 장을 보기 위해 이천에 있는 대형마트를 가기 위해서죠.

공휴일은 주로 내가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요리 재료는 내가 선택을 하며 쇼핑카에 담습니다.. 그렇지만 요리 선택은 내가 하지만 결국 선택의 조건은 아내가 좋아할 것 같은 것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던가 텔레비전에서 맛있어 보였던 요리 위주가 됩니다.

요리는 되도록 한 달간 먹었던 것하고 겹치지 않도록 조금씩 조금씩 다르게 구성을 합니다.

요리는 대부분 퓨전 요리가 주를 이룹니다..

예를 들면...

계란 스크램블을 약간 변형시키는 요리로 햄과 양파를 달달 볶아서 양파가 약간 노릇노릇 익었을 때 파를 잘게 썰어 집어넣은 계란물을 부어서 잘 저어 줍니다. 계란이 어느 정도 익어갈 때쯤 아삭아삭한 숙주나물을 집어넣어서 살짝만 익혀줍니다. 처음 보는 허연멀건한 요리에 아내는 잠시 낯설어 하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숙주의 맛과 노릇노릇 구워진 양파의 향기 그리고 부드러운 계란 맛이 어울려진 맛을 보고서는 젓가락질을 멈추지를 않습니다.

또는 구절판 요리를 한다던가... 겨울에는 특히 달고 향이 좋은 굴 요리를 자주 해줍니다.

안주가 될 만한 요리 재료를 골랐으면 주류 코너로 이동을 합니다.

아내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니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내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예를 들면 와인, 소주, 양주, 중국술 등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상 되는 술은 싫어하고 6도 정도인 맥주 종류를 좋아합니다. 특히 최애 맥주는 카스 맥주.. 그리고 나는 만원대 초반인 아르헨티나 산 말벅 와인..

주량은 아내는 기분이 엄청 좋을 때 카스 750짜리 3병, 보통은 2병정도.. 그리고 나는 와인 1병 또는 2병..

마트에서 나오면 12시경.. 점심은 무얼 먹을까.. 우리 부부는 막국수를 좋아합니다.

막국수.. 또는 굴밥, 해장국 등등등...

집에 도착하면 각자 할 일 하고.. 저녁 5시쯤부터 요리 시작..

모든 요리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에 끝냅니다.

그리고 식탁을 텔레비전 앞으로 이동시켜서 자리를 잡고 영화를 보며 두 사람 만의 파티를 시작합니다.

아내는 이러한 분위기와 시간을 좋아합니다.

아내는 이러한 나를 좋아합니다.


나는 지루성 피부라서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 장점도 있지만 잘 씻지 않으면 온몸이 기름기가 쫙 끼며 중년 남성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침, 저녁은 물론이고 운동을 하고 나면 반드시 샤워를 합니다.

내가 비염이 심해서 냄새를 잘 맡지를 못하기 때문에 혹시 내가 느끼지 못하는 몸 어딘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증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고요.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을 닦는데 사용한 수건으로 수납공간의 거울과 샤워실 칸막이용 유리를 물기가 없도록 잘 닦아 놓습니다. 그리고 손 씻는 세면기하고 목욕용 수전의 물기를 모두 닦아내죠.

나는 게으르지 않지만 깨끗하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도 아닙니다.

하지만 유리나 수전에 물방울이 있으면 마르면서 자국이 남는데 참 보기가 싫어서 갖게된 버릇으로 습관적으로 닦고 있습니다.

아내는 이러한 사소한 나의 습관을 좋아합니다.

아내는 이러한 나를 좋아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 자신은 우직한 곰과보다는 약삭빠른 여우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성이 남다르게 뛰어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가 아내가 슬픈지..화가 나 있는지..행복해 하는지.... 등등...을 아내의 말 하는 상태와 얼굴 표정에서 잘 읽어내고 있습니다.

화를 잘 안 내는 아내인지라 화를 내는 방법이 좀 서툴다는 느낌을 봤습니다

대부분의 부부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나는 아내가 화가 나 있다면 우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다봅니다.

그리고 화난 상황에 따라 묘책을 세우는데 대부분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카스 한 잔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놓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를 검색해서 보고 나면 눈꼬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죠.

정말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겠지만(?) 나로 인해 화가 났다면 그 어느 때보다 짧은 시간에 분노 게이지를 낮추어 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언제까지.. 당연히 아내가 나로 인해 생긴 분노가 사그라질 때까지이죠..

사람의 미움에서 오는 화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특히 같이 붙어살아야 하는 부부 사이에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 화가, 분노가 생겼을 때 화를 나게 한.. 분노를 느끼게 한 대상이 그 화를.. 분노를 삭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만 보여도 분노 게이지가 상당 부분 낮추어진다는 생각입니다.

아내가 슬퍼하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다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입니다.

이럴 때는 화가 나있는 아내를 대할 때 보다 한 걸음 더 빠른 촉을 가동해야 됩니다.

슬픔이 일순간에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슬픔은 과정이 있습니다.

징후 또는 징조가 있죠. 그리고 슬픔의 크기가 너무 커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슬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는 것,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면 해결되는 것 등등등..'

내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슬픔은 자리 이동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자리 이동 또는 육체의 자리 이동...이러한 사항을 슬픔의 종류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을 해 주면 슬픔이 근본적으로 없어지지는 않지만 최소한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생각의 ...육체의..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슬픔의 근원에 대해서 같이 공감하고 자신 혼자가 아닌 동반자.. 든든한 백이 같이 있다는 안도감이 슬픔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내와의 모든 기념일을 다 기억을 하고 기념일에 걸맞는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아내는 이럴 때마다 무진장 행복해합니다.

나는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고 이러한 행복이 많아질 수 있도록 우리 두부부의 기념일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이러한 나를 좋아합니다.


먼훗날 아내가 나를 보며 "당신을 만나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 라는 말을 듣는 것이 내 삶의 목표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