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군대생활 이야기...
제2편 어리버리 쫄병이야기...
나의 어리버리 했던 막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의 군대 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1983년 재수할 때 신병검사를 받았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고는 경악을 했다.
나는 어릴때지만 4년여를 육상선수 생활을 하였고 이후에도 각종 운동을 하여 나의 신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고 시력도 좋고 정신건강도 좋은데 3급이 나온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교 졸업생의 경우 3급 판정을 받으면 보충력 즉 방위로 편입되는 시기였다.
“방위라니....”
나는 자존심도 상하고 죽어도 방위생활은 하기 싫어서 신병검사에 나와 있었던 행정관한테 따지며 물었다.
“행정관님 저는 보시는 봐와 같이 사지가 멀쩡합니다. 제가 왜 보충역 입니까. 현역가게 해 주십시오”
하지만 행정관처럼 보였던 분은 현역에서 보충역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쓰는 놈은 봤어도 보충역에서 현역으로 바꿔달라는 놈은 처음 봤다는 눈초리로 딱 잘라 말하셨다.
“제군은 키가 기준치보다 1센티미터가 작다. 그러니 3급 판정을 받은거다. 알았나”
나는 그래도 억울하다는 눈초리로 행정관을 쳐다보니 넌지시 한 말씀을 해 주셨다.
“굳이 현역가고 싶으면 한가지 방법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라 대학 그러면 현역으로 입영한다 알았나”
그랬다.
대학생이 되면 3급 판정을 받아도 현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현역입대를 위해 재수생활에 충실하였고 결과는 대학에 진학하여 꿈에도 그리던 현역으로써 1985년 12월 4일 논산훈련소에 입소를 하며 1988년 4월까지 횟수로는 4년간의 군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역시 군대생활은 나하고는 너무나 잘 맞았다.
육상을 하였으니 달리는데는 항상 1등 키는 작지만 체력적인 면은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았고 훈련소 퇴소 전에 중대간 집단 권투에도 참여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며 최후까지 살아남아 동료들로부터 영웅대접도 받았다.
나의 이러한 군대 생활을 유심히 지켜 보시던 중대장님이
“왕 훈련병 논산에서 조교 생활하는 것은 어떤가”
하며 넌지시 물으셨지만 나는 건축을 전공했으니 공병대에 가서 경력을 쌓고 싶다고 말하며 공병대 주특기인 지뢰병과를 받고 머나먼 자대로 향하였다.
보통 공병들은 주특기별로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자대 배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와 논산훈련소 더블백 동기들은 후반기 교육없이 1월 중순에 포천 38휴게소 옆에 자리한 공병 대대로 바로 편입되었다.
대대에 도착하니 모든 대대병력은 훈련을 나가고 그야말로 보직 좋은 선임들만 남아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우리 더불백 동기들은 대대장님께 전입 신고를 하고 각 중대별로 배치가 되었다.
나를 포함한 두명의 동기는 다리 위에서 직접 조립교를 설치하는 그야 말로 극한 노동의 끝을 보여준다는 3중대에 배치가 되었다.
중대로 들어가니 중대에도 땡보직 몇 명과 뻬치카를 끼고 있는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 차림을 한 왕고참만 있고 나머지 중대원들은 훈련을 나가고 없는 상태였다.
일단 내무반에 들어가서 침상에 각 잡고 앉아 있으니 뻬치카 옆에 비스듬이 누워있던 역전의 용사가 우리들을 불렀다.
“야 신병들 이리와 봐라”
“예 신병 누구누구” 하며 우리들은 악을 쓰면서 우르르 몰려갔다.
“너희 몇월 군번인가”
“예 작년 12월 군번입니다.”
“뭐 12월? 그럼 후반기 교육도 받지 않고 왔나보네.. 이런 불쌍한 놈들”
하며 혀를 끌끌 찼다.
“좋아 너희들 병과가 뭔가?”
“예 폭파병입니다.”
“저는 지뢰병입니다”
며 병과를 말하니 그 역전의 용사는 나만 남고 나머지는 가서 앉아 있으라고 했다.
“너 지뢰병이 뭔지 아나”
나는 텔레비전을 통하여 전우에서 봤던 내용을 상기하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예 사람이 밞으며 터지는 폭탄입니다.”
하고 말하니 그 고참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 그래 좋아 좋아. 그럼 니가 지뢰를 밞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또 물으셨다.
나는 속으로 “햐 그 정도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군에 대한 아련한 로망이 있어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전우” 와 “전투”를 무척 탐닉을 하며 보았던지라 이번에도 자신있게 대답했다.
“지뢰를 밟았을 때는 큰 목소리로 ”분대장님 지뢰 밞았습니다“ 라고 외친 후 발을 띄지 않고 그대로 정지합니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텔레비전을 잘 봐든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역전의 용사 같은 고참은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나를 봐라보시더니
“흠 좋아 좋아.. 후반기를 가지 않아도 잘 알고 있구만.. 좋아 좋아”
고참은 정말 흡족했는지 좋아 좋아를 연발하며 칭찬을 해 주셨다.
나는 속으로 “아.. 나는 역시 군대 체질이야.. 처음부터 인정을 받는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며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럼 발은 언제까지 밟고 있을텐가?”
하며 물으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또 그전에 잘 봐두었던 “전우”의 기억을 떠올렸다.
내 기억 속에는 지뢰를 밟은 병사는 그대로 밟고 있고 옆에 있던 분대장이 열심히 땅을 파면 재빠르게 그 구덩이로 몸을 피해 살아나는 과정을 생각해 냈다.
“예 분대장님이 옆에 구덩이를 파면 재빠르게 몸을 움크리며 구덩이로 뛰어 내려야 합니다.”
“으 하하하... 좋아 좋아 우리 중대에 아주 영악한 놈이 들어 왔구만”
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 또한 이렇게 대답을 잘 하는 나에 대해서 만족하며 어깨를 더욱 쭉 펴서 서 있었다.
“좋아.. 좋아.. 그럼 어디 한번 얼마나 재빠르게 움직이는지 한번 볼까”
하며 나더러 군화를 벗고 침상위에 올라가라고 했다.
나는 최대한 재빠르게 군화를 벗고 “후다닥” 침상위로 올라갔다.
“음.. 역시 빠르군 마음에 들어 맘에 들어. ”
“원래 지뢰병은 8주 정도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되거든 후반기 교육가면 첫주는 무조건 지뢰 밟았을 때 피하는 훈련을 하지.. 얼마나 빠르게 잘 하는지 보자”
“야. 왕이병 저기 끝에서 걸어오다가 중간에 지뢰를 밟았다고 가정 하고 어떻게 하는지 해봐라”
“예 알겠습니다.”
하고 나는 침상 끝에서 조심 조심 걷다가 중간에 가상 지뢰가 있다는 지점에 우뚝 섰다.
“오호 지뢰를 밟았나보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예 분대장님 지뢰 밟았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좋아 좋아.. 이제는 분대장이 구덩이를 다 팠다고 가장하고 침상 밑으로 몸을 숨긴다. 실시”
“실시” 하며 나는 재빠른 동작으로 두 손을 머리를 감싸고는 침상 밑으로 몸을 던졌다.
“우 핫핫하... 오 빠른데...하지만 아직 느리다 아까 말했듯이 후반기가면 보통 1주일은 이 동작만을 한다. 자.. 처음부터 다시 한다”
“알겠습니다.”
하며 침상으로 올라가 침상끝에서 걸어오다가 중간지점에서 멈쳐서서는 “분대장님 지뢰 밟앗습니다. ” 하고 외치고 고참이 뛰어하면 “뛰어”라는 구호와 함께 머리를 감싸고 움크리는 동작을 취했다.
역전의 용사 같은 고참은 뭔가 신이 났는지 지뢰밟기를 계속 반복하여 시켰다.
그러면서 “발목지뢰는 발을 떼면 더욱 빨리 터진다. 그러니 더 빨라야 한다. 내가 발목지뢰 하면 조금더 빨리 뛰고 대인지뢰 하면 그 보다는 천천히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나는 고참의 발목지뢰, 대인지뢰, 대전차지뢰의 호령에 따라 몸을 피하는 연습을 아주 열심히 지속하게 되었다.
약 1시간여가 지났을까 나의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고 이제는 모든 동작을 아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자부를 할 정도까지 되었다.
“좋아 좋아 이제는 어느 정도 되었다.. 이 정도면 훈련나가도 문제 없겠어.. 가서 땀 닦고 쉬고 있어라..” 하며 또 한번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동기들이 각 잡고 앉아 있는데로 가서 나의 출중함을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동기들은 이런 나를 부러워하는 눈초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겨울 해가 기울며 으스름한 초저녁이 되었을 때 훈련을 마친 중대원들이 들어 왔다.
우리들은 눈치를 보며 머뭇머뭇 거리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고참들 마다 툭 치며 “신병인가” 하며 한마디씩 하였다.
군인들은 제때 먹고, 자고, 훈련을 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복귀시간이 식사시간이어서 오자 마자 군장을 풀고 중대앞 연병장에 식사 집합을 하고 식기를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는 “보람찬 하루 해를....” 이라는 군가를 목젓이 보일 정도로 부르며 식사를 하고 왔다.
우리 동기들은 식사 후에도 일단 침상에 각 잡고 앉아서 눈치를 보고 있으려니 이등병부터 상병들까지 부산하게 자기 맞은 바 일을 일사천리로 해 나가는 모습이다.
저녁 8시경 저녁 점호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조금 한가해지니 역전의 용사같은 왕고참이 나를 부르셨다.
“야 야 조용해봐라... 저 마가 지뢰병인데 후방기 교육을 안갔다 왔다고 해서 지뢰에 대해서 내가 교육좀 시켰다 잘 봐라 얼마나 잘 하는지... 하하하”
하며 나 보고 아까 훈련을 하였던 것을 잘 해보라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민첩한 행동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며 낮에 연습한 침상끝으로 가서 시범을 보였다.
저벅 저벅 걷다가 중간에 우뚝 서서는 “분대장님 지뢰 밟았습니다.” 하고 외쳤다.
고참이 “좋아.. 분대장이 구덩이를 다 파 주었다. 이번에 가장 빠른 발목지뢰다 뛰어”
나는 명령과 동시에 “뛰어”라며 복창을 하며 침상 밑 바닥으로 머리를 두손으로 감싸않으며 몸을 던졌다.
그 순간 내무반이 갑자기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와하하하” 하며 웃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혹시 나의 동작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하며 생각을 해 봤지만 아주 능숙하게 잘 한 생각만 들었다.
고참은 다시 “이번에는 대인지뢰다” 라고 말하자 나는 발목지뢰 때보다 조금 천천히 뛰어도 되지만 조금전 보다 훨씬 빠르고 능숙하게 뛰어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큰 소리로 웃어대는 것이다.
나는 연이어 대전차 지뢰까지 시범을 보이고 헉헉대고 있는데 아주 멋지게 각을 잡은 군복을 입고 어깨에 푸른 견장을 찬 분대장님이 와서는 “이제 되었다. 이라와라” 하며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지뢰병인가?”
“예 그렇습니다.
“후반기 교육을 안갔다 왔나보구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잘 할 수 있습니다.”
분대장님은 피식웃으며 한 말씀을 해주셨다.
“야 지뢰는 밟는 순간 ”꽝“하고 터지는거야. 티브이에서 ”지뢰밟았습니다.“ 라고 하는 것은 다 거짓이야 거짓.. 지뢰는 말이다 밟으면 공이가 뇌관에 부딪치며 바로 터지지 밟은 발을 띄면 터지는 지뢰는 이세상에 없는거다.. 알겠나?”
“예? 그럼 전우나 전투에서는 왜 그렇게 나오죠?”
“그건 극화하기 위해서 그런거다.. 지뢰는 밟는 순간 바로 터진다 머리에 세기도록..”
쫄병시절 두달 남짓 우리 분대장으로 있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기억으로 리더쉽이나 체력, 모든 면에서 너무나 멋졌던 분대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을 중대원들 앞에서 살겠다며 몸을 움츠리며 뛰어내렸던 나를 생각하니 귓불까지 빨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제대 몇일 남겨두고 새로 들어온 나를 골탕먹인 역전의 용사 같았던 고참에게 제대하며 나가다가 지뢰는 말고 바로 쌓아놓은 개똥이나 밟고 가라고 속으로 저주를 퍼주었으나, 이후로 지뢰에 대한 학고한 개념을 가지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