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잘 살기...

제31편 아내가 문득 생각난다.

by 이and왕

점심 식사 후 양산을 쓰고 회사 근처 논길을 돌았다.

작년만 해도 양산을 쓰는 것이 무언가 어색해서 썬캡만을 쓰고 걸었었는데.. 아내가 양산을 쓰라며 권하여 한번 써 봤는데 정말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슬슬 무더워지는 날씨 탓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흙 먼지가 푸석푸석 일어나고 땅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지만 양산 덕분에 내 한 몸 가릴만한 그늘이 만들어지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한 반쯤 걷다 보면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아름드리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 수령이 400년이라 그럼 1600년대인데.. 그럼 임진왜란 전후이고.. 참으로 오랜 세월이다.. 누가 심었을까... 그때도 이 나무 옆으로 지금처럼 길이 있었을까...

참 고귀하고 신령스러운 나무 같다는 생각이다.

신령스러운 느티나무 그늘 밑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양산을 펴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회사로 돌아오니 한 바퀴 도는데 35분 정도 걸렸다.

우선... 푸.. 푸.. 하며 세수를 시원하게 한다.

그리고 아아 한 잔을 타서 자리에 앉으며 오른손으로 컵을 살살 흔드니 얼음이 컵이 부딪히며 커피 물에 녹는 듯한 소리가 난다.

둔탁한 얼음 부딪히는 소리가 찰랑찰랑하는 가벼운 부딪힘 소리가 날 때쯤 컵을 들어 입에 가져다 되며 후릇하며 소리 내어 한 모금을 마신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나 좋다. 얼음에 녹은 향긋한 커피 내음과 함께 시원한 커피 물이 목젖을 흔들며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의 상쾌함...

문득 아내가 생각이 난다.

커피를 무척 좋아하는 아내 때문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해보는데...

그보다는 오늘 점심때 들었던 소설 김동인 님의 "곰네"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물론 아내의 얼굴 생김은 소설의 주인공 하고는 딴판인 연애 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우월한 미모의 소유자다.

그럼 왜 생각이 났을까.

소설 주인공인 "곰네"는 얼굴 생김은 무릇 남성들이 싫어하는 외모를 가졌지만 심성이나 억척스러움.. 특히 맡은 바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 솔직한 감성을 가졌다는 점... 남편한테 대하는 점 등등등... 이 아내를 연상케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양산을 쓰고 먼지 나는 흙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들었던 "곰네"의 인생 이야기...

곰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무언가 가슴이 쓰리고 안쓰러움을 느끼고... 하였던 생각...

문득 아내가 생각이 나고... 나는 "곰네"의 남편 같은 나쁜 놈은 되지 말아야지.. 하며 삼분일 쯤 남은 커피를 마져 마시며 점심시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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