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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잘 살기...

제30편 아내와 3박4일 일본여행....교토편 3

by 이and왕

은각사 가는 길...

“철학의 길”이 시작되는 초입에서 좌측 오르막으로 오르면 은각사로 가는 길이다.

은각사는 나도 처음 가보기도 하고 일본에 오기 전에 유튜브를 통해서 안내되는 것을 보면 금각사보다 조용하고 분위기도 훨씬 정적이며 고즈넉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봐서 나름 기대를 많이 한 곳이기도 하였다.

일본에서 좀 특이하게 생각도 되면서 나름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 중에 하나가 명승지 입장권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나는 일본에서 입장권을 받으면 뭔가 기념으로 보관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입장권을 보면 우선 길다.

긴 종이 위에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일본 한자 흘림체로 간략하게 적어놓은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 진지한 모습이 엿보인다는 느낌이다.

은각사 문을 들어서면 바닥은 마사토가 곱게 깔려있고 오래된 돌담과 나무들이 어울려져서 걷는 걸음을 즐겁게 만든다.

우중충하던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우산을 준비하고 있어서 우산을 쓰고 걷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그냥 맞으며 걷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된 비.... 어쩌면 대머리... 그냥 비를 맞으면 불안할 텐데...


골목길 같은 길을 두 번 정도 돌아가니 앞쪽으로 은각사인듯한 건축물이 서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이라 그런지 은각사라고 칭한 건축물은 환한 은색 치장을 한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약간 회색이 느껴지는 어찌 보면 약간은 우중충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건축물로 보였다.

아내는 은각사를 보며 “분위기 좋은데”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왜 그런지 “노년의 교태스로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은각사의 모습이 마치 한물간 게이샤가 낡은 기모노를 입고 몸에 밴 젊었을 적 몸짓으로 눈웃음을 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은각사 옆으로는 모래톱이 있는데 언뜻 느낌이 후지산을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모래톱은 굵은 모래를 이용하여 윗부분은 좁고 아랫부분은 넓은 형태의 타원형으로 만든 것인데 비가 와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정말 신통한 모습이다.

모래톱과 작은 모래밭을 지나면 아기자기한 정원이 이어지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고개를 돌려서 은각사를 바라보니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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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꾸어진 소나무와 은각사의 옆모습 그리고 모래톱... 소리 없이 내리는 비... 이를 모두 담고 있는 연못...

무언가 인위적으로 약간 신비롭게 꾸미려는 흔적이 엿보이는 “차를 내리는 물”이 나오는 곳을 지나면 약간의 오르막길이 나온다.

이곳을 잠깐 오르면 은각사 전경과 은각사 언저리에 있는 교토 마을이 보인다 하여 올라가니 “호- 좋은데” 약간의 다리품에 비해 그런대로 이쁜 정경이 펼쳐진다.

야금야금 내리는 빗속을 푸른 잎들이 만들어 놓은 아주 청량한 내음을 맡으며 내려오니 어느새 우리가 들어온 문이 보인다.

“아쉬운데...”


원래 계획은 은각사에서 청수사까지 걸어서 가기로 하였으나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와 사람 많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내려오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옆에 파란색의 무언가가 한 바구니 가득 담겨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이다”

“우리도 먹을까?”

우리는 약간은 배도 고프기도 하고 맛이 궁금하기도 하여 하나를 사서 “와작” 씹었다.

“음... 오이 맛이군”

“무언가로 절인 것 같은데 맛은 약간 짭쪼름.. 식감은 좋은데”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밀리며 붉은색으로 입힌 기둥으로 만들어진 청수사 문쪽으로 다가간다.

사람들이 모두 모두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어서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렵다.

우린 사람들을 피해 후다닥 올라가서 청수사의 트레이드마크인 긴 기둥이 받치고 있는 난간으로 향했다.

난간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지만 난간에 기대어 교토 시내를 바라보는 느낌은 참 이쁜 곳에 잘도 지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난간이 이쁜 건축물을 옆으로 돌며 걸어가니 청수사의 처음 만든 본당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수사”라고 쓰여 있는 푯말을 힐끗 쳐다볼 뿐 큰길을 따라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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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본당에 갈까?” 물어보나 마나...

본당은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절이다.

그런데 참 이쁘다.

본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르는 계단과 나무로 만든 문..

그리고 아주 오래된 절의 모습은 오래 묵은 소나무 향내가 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고 소담스럽고 이쁜 작은 정원은 정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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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다... 여기서 며칠 푹 잤으면....”

가만히 멍 때리고 앉아있는데 배가 고프다.

시간을 보니 벌써 1시를 넘기고 있다.

아침 먹고 청수사 입구에서 오이 하나 나누어 먹은 게 전부이다 보니 배가 고파왔다.

우린 택시를 타고 니시키 시장으로 향했다.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선 아내가 어묵 하나씩 먹자고 한다.

좋지... 흠 그런데 가격이 사악하다.

한 개에 팔백 엔.... 헐... 그래도 맛은 봐야지..

어묵을 먹으며 어제 봐둔 작은 선술집이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우선 꼬치 하나씩 그리고 생맥주 한 잔... 그런데 가격이 또 헐..이다.

꼬치 하나 천 엔.. 생맥주 삼백CC 한잔 구백엔... 무슨 시장이 이렇게 사악하지..

아내는 “시장이 뭐 이래” 하며

“끝... 그만 먹자... 맛이라도 있으면 계속 먹겠는데 맛도 없지 위생도 영 엉망이지 여긴 아니야 아냐”

우리는 미련 없이 나와서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려서 커피 한잔하고 니조성으로 향한다.

니시카 시장에서 니조성까지 걸어서 50분 정도.....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서 걸어서 가기로 한다.

니조성은 적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영주가 살기 위해 만들어놔서 정원이 이쁘게 잘 가꾸어져 있다.

아내는 어제 오사카 성에 가서 성곽길을 걸으며 상당히 좋았었는지 기대감 때문인지 니조성에 들어갈 때도 신이나 있다.

니조성은 성이 넓을뿐더러 한적하게 걷기에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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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연못이 아름답게 어울려져 있고 성 둘레를 따라 만들어 놓은 해자를 따라 걷는 맛도 일품이다.

특히 매화나무 숲길은 때맞추어 핀 매화꽃이 울긋불긋 어울려지며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성곽을 뒷 배경으로 삼고 해자와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빈 길을 느긋하게 걷고 있는 아내를 보니 선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음.. 이쁜 아내”

구석구석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5시를 훌쩍 넘기고 있다.


우리는 저녁을 니시키 시장에서 꼬치나 회 등 이것저것을 곁드리며 산맥 한잔하려고 했으나 사악한 가격이라 접고 오전에 봤었던 마트의 식자재 코너에서 먹을 것을 사서 호텔에서 먹기로 하였다.

식자재 코너에는 정말 먹거리가 다양하게 많다.

회나 초밥 종류부터 과일, 신선한 샐러드, 어묵탕, 조림, 국 종류 등등등..

“담아..담아..맥주도 담아..담아..”

내가 이것저것 마구 담으니 아내가 놀랜다.

“우와 이걸 다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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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가져와서 테이블 위에 펼쳐 놓으니 테이블 위가 빈틈없이 꽉 찬다.

우리는 넷프리스를 보며 음식물을 바리바리 살 때에 했었던 걱정과는 달리 정말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먹으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아내는 둘만의 여행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시간에 대해 구애를 안 봤고 가고 싶으면 가고 먹고 싶으면 먹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등등등

정말 우리만을 위한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둘만의 여행을 하게 되면 서로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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