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잘 살기...

제37편.. 어느 일요일 아내없는 하루

by 이and왕

일요일

아내가 집에 없다.

아내가 자매들끼리 뮤지컬을 본다며 8시에 서울로 향한 것이다.

혼자 뭐 하지

일단 가을에 상추를 먹기위해 사온 청상추와 홍상추를 밭에다 심는다.

작은 텃밭이라 다 합쳐서 열두개의 모종을 심는 것이니 딱히 일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민망한 일거리다.

기존에 심었던 상추를 뽑아내고 뽑아낸 자리를 호미로 이리저리 평평하게 만들고 상추를 가져다 토닥토닥 심고는 물통에 물을 담아와서 시원하게 뿌려준다.

밭일을 마치고 손에 묻은 흙을 털며 시계를 보니 겨우 20분이 자났다.


창고로 향한다.

한 달 전에 뒷마당 청소를 하기 위해서 구입한 고압세척기를 꺼내어서 앞마당 수돗가로 향한다.

며칠 전부터 앞마당 수돗가 시멘트 바닥과 거실 측벽에 있는 문과 창 밑에 낀 물이끼와 찌든 때가 눈에 몹시 거슬렸는데 이참에 고압세척기로 닦아내기 위해서다.

고압세척기에 전기를 연결하고 물 호스를 끼워서 작동 준비를 완료한 후 장화를 신고 보호 안경을 끼고 작업 태세를 갖추었다.

거실 창에 비쳐지는 내 모습을 보니 마치 고스트 버스터즈에 나오는 주인공 폼이다.

우선 수돗가

고압세척기의 건을 잡고 사각형 형태로 된 수돗가의 시멘트 위로 물을 방사한다.

"쏴-아" 하며 강한 물줄기가 쏟아지니 "와-" 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정말 깔끔하게 찌든 때와 물이끼가 벗겨지기 시작한다.

작업에 신이 난다.

물 청소의 전과 후가 이렇게 다르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30여분에 걸쳐서 신나게 수돗가 시멘트의 바닥과 턱 부위를 깔끔하게 씻어내고 곧바로 우측 창쪽으로 이동을 한다.

창 밑면의 벽돌과 줄눈을 향하여 건을 세워서 물을 방사하니 시멘트 바닥과 같이 아주 말끔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찌든 때가 없어진다.

그리고 이어서 한달전 현관 계단 청소 시 눈에 띄지 않아서 제거를 못했던 계단과 벽면이 만나는 움푹 들어간 곳으로 향한다.

이곳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작은 부위지만 검은 곰팡이까지 핀 곳이다.

"발사" 순식간에 검은 검팡이와 이끼가 벗겨지며 벽돌 줄눈의 허연 속살이 나타나며 깔끔해진다.'

기분좋게 물청소....끝... 시계를 보니 10시 20분을 지나가고 있다.

아내 없이 혼자 보내는 2시간20분이 지나고 있다.


또 뭘 하지

일단 젖은 옷을 세탁 바구니에 집어 넣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다.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커피 한 잔을 뽑아서 느긋한 마음으로 소파에 기대어서 리모컨을 잡는다.

방송채널을 이곳저곳을 돌리며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쪽잠을 자고 일어나니 시계가 12시 30분을 가르키고 있다.

"밥 먹어야지"

주요 반찬은 아내가 만들어 놓은 돼지고기 두루치기, 상추쌈, 열무김치 등등등

손과 입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열심히 먹는데 문득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먹고 있는데 재미가 없다" 라니 "재미? 음식을 먹고 있으면서 재미가 없다니 맛이 없으면 없지 재미가 없다는 거는 뭐지?"

마치 상대가 있는 것 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러다 "아- 아내가 없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 공허하다"

어릴 적 비 오는 날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아서 "엄마" 하고 불렀지만 아무런 대꾸가 없었을 때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살펴보다가 큰소리로 :앙-"하고 울었던 생각이 난다.

무섭다기보다는 어린 공허함이 나를 울게 만들었던 기억이다.

아내가 없다.

중년의 공허함이 느껴진다.

음식은 평소에 내가 즐겨먹었던 것들이니 맛은 변함이 없는데 공허함이 "음식을 먹는 것이 재미 없다" 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점심을 먹은 후 설거지를 하고 뒤적뒤적 일거리를 찾아 본다.

별다른 일거리가 없다. 밖으로 나간다.

이어폰을 끼고 뒷마당과 앞마당을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왔다 갔다를 하며 걸어본다.

얼마나 걸었을까

덮다.

시간을 보니 2시가 넘어가고 있다.

"젠장 이제 두시인가?"

거실로 들어와 리모컨을 잡고 이방송 저방송을 검색하다가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한다.

혼자 봐서 그런지 재미있는 방송이 하나도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그냥 아무거나 틀어서 아무거나 보면서 아무거나 듣는다.

또 저녁 먹을 시간이다.

무얼 먹지... 먹는 일이 재미없는 일로 되다 보니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며 망설이고 있다.

"아 - 허전해"

혼자 있는 것, 심심한 것을 잘도 견디는 나였는데... 유난스럽게 허전하고 공허하다.

내가 늙었나?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아내는 매일 이렇게 혼자서 점심을 먹었을 텐데.... 먹는 것이 재미없었겠군

아내는 매일 이렇게 혼자서 있다가 저녁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였을 텐데... 참 재미없었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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