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야기..

제44-4화 아픔을 대하는 태도...

by 이and왕

아픔을 대하는 태도

나는 몸의 이상으로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 힘듦을 느끼며 살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것은 이명이다.

백내장이나 천식, 요로결석은 병원 가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가 견딜 수 있을 정도로는 해결이 된다.

하지만 이명은 해결할 수가 없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머릿속에서 찡-하는 쇳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 소리는 마치 초가을 짝을 찾는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만큼의 세기로 나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뭐 이 정도의 소리는 참을 수 있어” 또는 “뭐 소리가 난다고 해서 죽지는 않잖아”하며 나를 다둑이지만 정말 견디기가 힘들다.

이명은 나에게만 들린다.

이명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아내에게 내 귀와 아내의 귀를 맞대게 하고 “무슨 소리 안 나?”하고 물으면 “아니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한다.

이명은 오로지 나만이 들리고 느끼는 나의 소리인 것이다.

처음에는 이명으로 인한 나의 고통을.. 힘든 일상을 지인들에게 말을 했지만 이명에 의한 고통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는 “많이 고통스러워?” 하는 정도의 물음을 받는 정도 뿐이었다.

당연하지...

나 또한 지인들의 아픔에 대한 호소 시 “그렇게 많이 힘들어?” 정도로 위안만 할 뿐이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명은 외적인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강도만큼 이명의 소리도 더욱 크고 날카롭게 들린다.

간혹 TV를 보면서 무의식 중에 인상을 쓰면서 보면 아내는 인상 좀 피라고 한다.

하지만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리를 머릿속에서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괴로운 얼굴로 바뀌는 것 같았다.

“어찌해야 되나?”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와인을 한병 반 정도로 평상시 보다 조금 과하게 많이 마신 다음날에는 건혹 날카로운 이명은 사라지고 목디스크 시술을 받기 전 정도의 미약한 이명소리만 들리는 기적 같은 날이 올 때가 있다.

그러한 기적이 일어난 날은 전날 많은 술을 마셔서 속도 안 좋고 머리도 묵직하지만 날카로운 찡- 하는 소리가 안 들려서 정말 행복해진다.

“왜 그럴까?”

신경이 알코올에 마취가 되어서 그런가?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기적이 일어난 날은 아침부터 저녁잠을 잘 때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날 점심때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초기에는 찡-하고 이명소리가 나지만 십여분이 지나면 없어진다. 즉 이명이 안나는 하루 동안에는 술이 깨도 안 나다가 저녁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시작을 하는 것이다.

이명치료에 명성이 자자한 의사님들에게도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아-그래요. 왜 그러지?” 정도로 심드렁하게 듣고 심드렁하게 대답만 할 뿐이다.

“아-이상하군요”하며 심도 있게 연구 좀 해 주시면 좋으련만....

이명은 각종 중요한 회의에서 특히 나를 괴롭힌다.

발표자가 좀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 잘 듣지를 못하여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는 회의를 할 때 이명으로 발표자의 말하는 내용을 정확히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의 중에는 나의 모든 오감을 총 동원하여 임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회의 시 습관적으로 발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눈과 입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간혹 말이 더 들리지 않을 때는 머리를 살짝 옆으로 돌려서 곁눈으로 흘겨보며 듣게 되는데 그런 경우 상대는 “왜 나를 째려보나” 하는 심히 기분 나뿐 상태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내 인상은 가만히 있었도 상대로 하여금 긴장감을 잔뜩 들게 하는 얼굴인데 약간 찡그리며 곁눈으로 흘겨보고 있으니 기분 좋게 느낄 상대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눈으로 잘 보고, 코로 냄새를 잘 맡고, 입으로 잘 먹고, 귀로 잘 듣고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이 사항들은 너무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평상시 이러한 기능의 상실은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으며 아울러서 이러한 기능들이 올바르게 작동되며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함을 주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으며 살고 있다.

맑은 눈으로 온 세상을 맑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코로 음식의 냄새를 맡으며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건강한 치아로 다양한 식재료를 잘게 부수며 느껴지는 식감과 잘게 부수어지며 혼합된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고요함 속에서 세상의 온갖 조잘되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근 이십 년을 변변치 못한 후각으로 살았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아내가 카페를 가자고 해도 향을 맡을 수 없는 나는 커피에 대하여 맛으로 느껴지는 씁쓸한 맛만을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러 꼭 카페를 가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주저하였었는데 근래 냄새를 맡게 된 후로는 아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카페를 자주 간다.

카페 문 언저리부터 나는 향긋한 커피 볶음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면 “아 정말 행복하다.”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냄새를 맡게 되면서 나의 삶의 질도 무척 좋아졌다.

주식이 곤두박질을 처도... 운전 부주의로 딱지가 날아와도...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코를 킁킁거리지 않아도 세상의 향이 나에게 전달될 때 모든 고통은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만약 “이명이 기적처럼 없어질 수만 있다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일 100가지를 감당할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아픔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한 끊임없이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어떤 아픔은 의사의 힘으로 나을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아픔은 나의 의지로 버티며 이겨내야 할 것도 있을 것이며 어떤 아픔은 그저 신에게 빌 수밖에 없는 것도 있을 것이고 결국 마지막 아픔이 나에게 찾아와서 정들은 지구와 내 짝과 안녕을 고하게 할 것이다.


아픔은 나에게 있어서 나를 바로 세우는 채찍과 같은 것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