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잘 살기....

제45화 아내의 장기 여행

by 이and왕

아내가 아들과 함께 나와는 거의 정반대에 위치한 나라에 갔다.

포르투갈....

아들이 회사에서 1개월 유급 휴가를 받았는데 엄마와 함께 26년 1월 1일부터 1월 17일까지 포르투갈 여행을 가자는 기특한 제안을 한 것이다.

물론 나도 같이 가면 좋겠지만 회사에 메인 몸이라...

아내는 슬쩍슬쩍 지나는 얼굴이 완전 행복만점 얼굴이다.

하지만 혼자 집에 있을 나를 생각하면 미안해서인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아” 하는 표정관리를 열심히 보여준다.

“좋아해.. 그냥 좋아해라”

아들은 혼기가 꽉 차서 넘치까 말까 할 정도로 넘실넘실 거리는 나이다.

아들하고는 몇 번을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이번처럼 엄마랑 단 둘이 가는 것은 처음이고 어찌 보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왜? 앞으로는 나도 껴야 하니까”

아니면 “아들이 결혼하면 자신의 아내하고 가야 되니까”

아내와 딸내미 하고는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주일 정도를 해외에서 동행을 한 적이 있었다.

딸내미가 대학 때 홍콩으로 교환 학생으로 가 있을 때 힘든 딸 위로 좀 해주고 온다며 일주일의 시간을 가지고 갔었는데.....

“위로는커녕 일주일의 반은 다툼으로 보내고 왔었다”

결혼생활 동안 곱게 자란(?) 아내가 위로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방법을 잊어서 힘든 딸과 “꽝꽝” 부딪치고 인천공항을 밟으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를 한 바가지는 했었다고 했었다.


아내가 아들과 여행을 떠나는 전날인 25년 12월 31일 마지막 회포를 풀며 “싸우지 마라”를 10번은 다짐을 주었었다.

오늘 벌써 여행을 간지 13일 차에 접어들고 있다.

매일 수시로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내두고 있는데 둘 다 행복한 얼굴들이다.

“음 다투지 않고 잘 지내고 있군”

그런데 한 가지 매일 두세 시간씩 헬스를 하며 몸을 만들어서 스태미나 빵빵한 아들 녀석이 추운 날씨에 서핑을 하거나 무리하게 여행 스케줄을 잡아서 엄마를 처음부터 다부지게 돌려서 몸살이 온 것 같았다.

나흘 전에 음성 통화를 하니 목소리가 콱 잠겨있었다.

“왜 그래?”

“좀 무리했나 봐”

“아들 바꿔봐”

“야 아들 미쳤냐? 여행 처음부터 스케줄을 힘들게 잡으면 어떡하냐. 앙... 그리고 어쩌고저쩌고... 약 사 왔어?”

“네. 사 왔어요. 죄송해요”

어제 통화에도 목소리가 콱- 잠겨 있었다.

“에구 안쓰러 안쓰러워라”

아내가 아픈 것도 물론 안쓰럽지만 정말 기대하고 기대해서 간 여행인데 혹시 몸이 아파서 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등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없다면 이 또한 가슴 아프고 안쓰럽다는 생각이다.


아내와 결혼 후 이번처럼 장기로 떨어져 지낸 것은 처음이다.

전에는 길어야 8일 정도였는데 17일을 혼자 보내려고 하니 여러모로 힘들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데 생활 속의 미세한 부분에서 놓치는 것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

예를 들면 거실과 방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무언가 개운하지 않은 또는 정리가 되지 않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천성이 부지런 떨기를 좋아하는데 예민하지는 않아서 작은 쓰레기들이 몇 개 정도 떨어져 있으면 “뭐가 떨어졌지?” 하는 정도로 지나치는데 이러한 것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한 개 두 개 쌓이기 시작하며 “뭔가 너저분한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마음속으로는 “치울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혼자 있는데 참지 뭐” 하며 일단 발로 툭툭차며 다니고 있다.

이제 세 밤을 자면 아내가 온다. 그럼 목요일 정도는 치워볼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옷걸이에 옷이 걸려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옷걸이에는 그날 입을 옷이 걸려있고 옷을 갈아입고 나면 입었던 옷을 걸어놓은 정도가 옷걸이가 가지고 있는 사용 용도의 전부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옷을 갈아입는데 옷걸이 기둥에 옷을 걸기 위해 달아 놓은 여러 개의 삐죽삐죽 튀어나온 옷걸이에는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옷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아-정말 싫다”

문득 아내가 그리워진다.

아내는 밥은 안 먹어도 집안이 어지러운 것은 못 참는 성격이고 무엇이든 가지런하게 정리를 해놔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물론 나의 노동의 귀찮음이나 싫음 때문에 아내가 그리운 것은 아니다.

근 35년간을 깨끗하고, 정리 잘하는 아내한테 길들여진 나의 일상이 그립고 이러한 일상을 아무런 푸념이나 잔소리 없이 무던하게 해 준 아내가 그립다.

생활 속 세세한 면에서 아내에게 길들여진 여러 가지 일들이 “나 홀로 집에” 일주일을 넘기며 아내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하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 길들여졌고 길들여진 깊이만큼 아내는 나를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