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잘살기...
제46화 아래층 여자, 위층 남자
아내는 1층 안방에서 잠을 잔다.
나는 2층에 있는 두 개의 방중에서 침대 좌측과 앞쪽으로 큰 창이 각각 있는 방에서 잠을 잔다.
저녁 10시 30분이 되면 나는 2층 방으로 아내는 1층 안방으로 잠을 자러 가며 “안녕.. 오늘도 수고했어” 하며 헤어져서 각자의 방으로 향한다.
물론 우리 부부가 결혼 초부터 이렇게 별거의 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13년 전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가 잠자리에 들면 좌불안석으로 이불을 걷어냈다 다시 덮었다를 반복하며 들썩이기 시작했다.
나는 한번 자면 웬만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인데 몇 번을 들척이는 아내 때문에 잠을 깨고는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에게 “요새 왜 그렇게 잠자다 이블을 들쳤다 덮었다 해?” 하고 물었다.
“몰라 요새 그냥 이유 없이 신경질이 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더워다 추웠다를 반복해서 힘들어” 하며 심드렁하게 대답을 한다.
그러면서 아내는 “나 혹시 갱년기인가?” 한다.
“갱년기?”
회사에 와서 잠깐 짬을 내어 “갱년기”를 찾아보니 제일 먼저 눈에 확 띄는 내용이 나왔다.
“사춘기보다 백배는 무서운 것이 갱년기다”
“헐---”
“사춘기보다 백배나 더 무섭다고?”
또 다른 내용은 더 무시무시했다.
“갱년기가 심하면 남편이 밥을 쩝쩝거리며 먹는 모습을 보면 두툼한 프라이팬으로 뒤통수를 팍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에구”
“갱년기 때는 몸의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해서 저녁에 잠을 설친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각방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등등등.... 갱년기가 무서운 거군...
갱년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검색을 하고 어느 정도 마음속 무장을 하고 집에 들어오니 “얼른 씻고 식사해.. 할 말이 있어” 한다.
“할 말?”
저녁을 후다닥 먹고 정리한 후 식탁에 앉으니 아내가 한마디 한다.
“우리 각방 써!”
“뭐 각방?”
“응 각방!”
아내가 단호하게 말을 한다.
“싫은데....”
“안방은 당신이 쓰고 아들방을 내가 쓸게”
이때 공교롭게도 아들과 딸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어서 방은 남아돌았다.
“아- 정말 싫은데...”
“내가 정말 힘들어서 그러니까 이해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그때 같이 한방을 쓰면 되잖아”
“언제쯤 좋아진데?”
“몰라”
이후 두 번을 이사했는데 지금까지 각방을 쓰고 있다.
더욱이 현재 전원주택 생활을 하며 자는 방이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서 자는 공간은 더욱 멀어진 기분이다.
이제는 아내의 갱년기도 다 지나가고 평화가 깃들었는데 결국 합방(?)은 하지 않고 각방을 쓰고 있는데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고 편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다.
어쩌다 아들과 딸이 동시에 찾아오면 아들과 딸에게 각각 방을 내주고 둘이 같이 자게 되는데 정말 불편하다.
아내하고 거실에서 연속극을 보며 희희낙락하다가 잠을 잘 때는 아내는 1층으로 나는 2층으로 올라가며 “안녕... 안녕”하며 기분 좋은 이별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잘 잤어” 하는 인사를 한다.
부부가 싫은데도 불구하고 부부는 “한방에서 자야만 한다.” 는 논리로 죽으나 사나 한방에서 자는 것도 좋을 수도 있지만 뭔가 불편함을 느낄 때 한 발짝쯤 떨어져서 생활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여하튼 우리 부부는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로 살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