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그래, 나는 누구지?

by 홍승남

내가 지금 어떤 상황, 어떤 시기에 나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의 정체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어떤 정체성을 선택해서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느냐에 따라 나의 정체성이 정의될 수 있습니다.


선수분들께서 어린 나이부터 합숙훈련, 전지훈련, 동계훈련, 훈련이라는 훈련은 다 이겨내며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셨으니, ‘나는 운동선수다’라고 정체성을 가지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겠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런 ‘선수 정체성 (athletic identity)’을 놓아주어야 하는 때가 왔을 때가 아마도 선수분들께서 가장 힘들어하시고, 좌절을 하시는 지점 중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럴 때, 힘드시겠지만, 종이와 펜을 들고,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가져서 – 적당한 소음과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가 있는 카페를 추천드립니다 – 한번 적어 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잊힌’ 정체성에 대해.


다시 그 잊힌 나의 정체성들의 이름을 되새겨 보세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나는 운동선수이지만,

우리 부모님의 자식이기도 하고,

내 형제자매의 오빠, 누나, 언니, 동생이기도 하고,

영희, 철수의 친구이기도 하고,

후배 선수들의 선배이기도 하고,

단골식당 사장님께는 고마운 손님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운명적인 일생일대의 사랑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나하나 생각해 내며 적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정체성과 역할, 그리고 나를 정의하는 많은 말들을 발견하시게 되실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한 때 저희 동네 세탁소의 단골손님 중의 단골손님이었던 제가 그 세탁소를 지나갈 때면, 세탁소 사장님께서는 저를 꼭,


“503동 204호 아가씨!”


라고 경쾌하게 부르시며 매번 반갑게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슈퍼에서 군것질거리를 사서 세탁소 앞을 지날 때, 그 세탁소 사장님의 반가운 인사가 뚜렷하게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렇게 저를 정의하는 말 중에는 ‘503동 204호 아가씨’도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여러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들을 적어 내려가셨다면, 이제 그림을 한번 그려보세요. 저처럼요.

My identity_Updated.png


그 중심에 있는 ‘나’를 한번 주목해 주세요.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은 너무나도 멋있고, 대단한 정체성이지만 운동선수라는 정체성이 나의 일부임을. 그보다 더 큰, 대단한 내가 존재함을 느껴보세요. 내가 지난 20여 년간 ‘선택해 온’ 정체성 - ‘운동선수’. 그렇지만 나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스스로에게 일깨워 주세요.


대부분의 선수분들께서는 아마도 Self-Talk 즉, 자기와의 대화, 내적 대화에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박상영 선수께서 경기에 임하시기 직전, ‘할 수 있다’를 스스로 대뇌이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그래, 나는 선택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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