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나의 위대함을 끄집어낼 용기

by 홍승남

운동선수분들께서는 어떤 면에서는 매 순간 냉혹하게 평가받는 삶을 사십니다. 남들에게 평가되는 것은 물론,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혹독한 나의 평가가 더 지독할 때도 많으실 것입니다.


그렇게 늘 살얼음 판을 걷 듯,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버텨내며, 피, 땀, 눈물을 기꺼이 흘리시면서도 용감하게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셨겠지요.


은퇴와 동시에 선수 정체성 (athletic identity)을 잃게 되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 중의 하나가,


‘제가 할 줄 아는 건 운동 밖에 없는데…’


입니다.


일단 그 심각한 겸손함을 집어 치우시기를 먼저 권해드립니다. 겸손함을 허물 벗듯 싹 벗겨내셨다면, 그때부터 본인의 스포츠를 통해 얻게 된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낱낱이 파헤쳐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서, ‘잊힌’ 나의 여러 정체성을 찾아 나섰을 때처럼, 펜을 들고 종이에 빼곡히, 오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내일, 내일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모레, 그렇게 생각이 날 때마다 적어보세요.


제가 스마트폰의 메모장보다 종이와 펜을 자꾸 추천드리는 이유는 손에 힘을 주어 글씨를 또박또박 써 내려가면 마음에 새겨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주 꾹, 꾹, 눌러서 팔이 아플 때까지 써보세요. 그리고 그 끝에,


‘아 씨, 나 너무 대단한데? 어떻게 이 많은 일을 다 참고 해낸 거지?’


하며, 이마를 탁 치시길.


그리고는 내 안에 숨어 있던, 혹은 잠시 잊고 있었던, 위대한 나 자신을 끄집어내세요. 멱살이라도 잡아 끝끝내 끄집어 내보세요.


내 안에 분명 있었지만, 내가 알아주지 못한 위대한 나를 세상밖으로 내보내 보세요. 위인전이라는 게 따로 있겠습니까. 바로 이것이 내가 스스로 써 내려간 내 안의, 나만 아는 나의 소중한 위인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하고 특별합니다.


소중하고, 특별한 당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시길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 홍승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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