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arami’s Diary (13)
9월 4일
캠퍼스에서 돌아다니다 한국어학과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을 만났다.
1학년 때 General Korean Language 수업을 듣고, 최근 전공 선택 시험을 통과하여 정식 한국어학과 학생이 된 아이다. 아이는 멀리서 나를 보고 다가왔다. 씩씩하게 인사하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데, 내용은 더 재미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금 학교에 왔어요?”
“네. 오늘 수업이 없었어요.”
“수업이 없는데 왜 왔어요?”
“오늘 집에 가요.”
“집에 갈 때 몇 시간 걸려요?”
“세 시간 걸려요.”
“오늘 몇 시에 출발해요?”
“일요일에 와요.”
“지금은 기숙사에 가요?”
“네 선생님.”
“이쪽으로 가요?”
“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학생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내가 가리킨 방향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이 아이는 제 할 말을 야무지게 마치고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귀여운 사다루완.
나는 지금 스리랑카 켈라니야 대학교의 유일한 한국어 원어민 선생님이다. 이제 막 전공생이 된 이 아이에게 나는 첫 원어민 선생님일 것이다. 아이는 언제나 나를 보면 공손하게 인사했고 정중하게 대했다. 한국어로 말을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어를 배웠어도 한국인의 실제 발화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을 또박또박 말하고 내 대답에 귀를 기울인다. 질문과 대답이 어긋나더라도 아이는 최선을 다해 대답한다. 한국인과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그런 아이 앞에서는 내 자신이 좀 낡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너무 빛나는 생생한 아이가 아닌가. 덕분에 심드렁하게 걸어가던 내 얼굴에도 반짝 생기가 돌았다. 이만하면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