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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Dec 15. 2023

스리랑카에서 툭툭을 이용할 때
생기는 일

Ppaarami’s Diary(18)

10월 13일


  요즘 툭툭 기사들과의 실랑이가 빈번했다. 툭툭을 타는 과정은 심플하다. 하나: 우버로 예약을 한다. 둘: 툭툭이 도착하면 번호를 확인하고 탑승한다. 셋: 도착지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내린다. 이 세 단계를 완료하는데 어떤 날은 15분이 걸리고 어떤 날은 한 시간이 걸린다. 한 시간이 걸리는 날은 첫 단계인 예약부터 고생스럽다. 예약이 잡히지 않는 것도 곤욕이지만 예약이 취소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앞둔 나는 집에서 선량하고 정의로운 기사가 나의 예약 신청을 받아주기를 기다린다. 누군가 예약을 받아주면 지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에 한숨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정말 기사가 오긴 오는 건가 의심을 하며 픽업 장소로 나간다. 기사가 오면 다행이지만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동안에, 픽업 장소에서 5분째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예약이 취소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곳의 우버 기사는 예약이 있더라도 태우러 길에 다른 손님을 만나면 예약 따위 미련 없이 취소한다. 취소를 당한 나는 그늘 한 뼘 없는 길에 서서 누군가 다시 예약을 받아주기를 기다린다. 

  일단 예약을 받고 전화를 걸어오는 기사들도 많다. 우버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해서 예약을 하는데도 기사들은 전화해서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스리랑카 생활 초기에는 이게 참 스트레스였다. 기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주로 어디서 픽업하면 되냐(출발지가 어디냐)?, 어디까지 가냐? 현금으로 계산할 거냐?를 묻는다. 내가 싱할라어를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서 그냥 전화를 끊고 예약을 취소해 버린다. 현지어로 대답을 잘해도 취소를 해버리는 기사도 있다. 자기가 잘 모르는 장소이거나, 승객이 외국인인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적도의 땡볕아래서 예약의 수락과 취소가 반복된다. 정수리가 뜨거워진다. 출근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비 오는 날은 또 그것대로 괴롭다.      


  그래도 언제나 결국은 툭툭 한 대가 내 앞에 서긴 선다. 그런데 예약한 것과 다른 번호를 달고 있는 툭툭이 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 차량 번호가 예약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면 문제가 없지만, 그러지 않는 기사도 있어서 또 실랑이가 벌어진다. 기사는 나에게 도착했으니 빨리 오라고 재촉하고, 나는 땡볕 아래서 없는 번호를 찾아 헤맨다. 한참이 지나서야 툭툭기사가 슬금슬금 와서 번호가 다르다고 말하면 기운이 쭉 빠진다.      

  탑승도 하고 출발도 하면 이제 경로와 요금에 예민해질 때다. 도착지까지의 최단거리를 알고 있으면 기사에게 방향을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멀리 돌아가는 기사들이 있다. 외국인이니까 당연히 길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거나 알아도 어쩔 거냐는 심보인 것 같다. 초행길일 때는 속수무책이다. 시간도 배로 걸리고 요금도 훌쩍이다. 이러려면 왜 굳이 우버를 탔을까 싶다. 물론 이런 악질 기사는 소수다. 가끔 만난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하루를 망친다. 나처럼 외출을 할 대마다 반드시 툭툭을 타게 되는 경우에는 숫제 외출을 자제하게 된다. 툭툭 타는 게 지겨워서 꼭 나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집에 있고 싶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좋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기사님과 소소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때도 있고, 늦었다는 말에 총알택시처럼 달려준 기사도 있었다. 어제는 툭툭에 짐을 두고 내렸다. 잔뜩 장을 봐서 툭툭을 탔다. 짐이 많아서 마트 직원이 짐을 툭툭에 실어주었다. 짐이 여러 개라 닭고기와 휴지를 좌석 밑에 둔 것을 챙기지 못하고 그냥 내렸다. 집에 들어와서 닭고기를 냉장고에 넣으려고 찾았는데 없다. 분명히 샀는데 어디로 갔을까... 혼란스러웠다. 휴지는 잃어버린 줄도 몰랐다. 피곤해서 그냥 잊을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 관리실로 내려갔다.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양손에 휴지와 닭고기를 들고 있는 관리인을 만났다. 그는 나를 반기며 휴지와 닭고기를 내게 돌려주었다. 그의 뒤로 툭툭기사가 보였다. 그가 나에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쿨하게 떠났다. 이날은 하루종인 나는 신났었다.     

  툭툭을 자주 탄다. 자주 타면 이런저런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고마운 사람도 만나고 유쾌한 사람도 만난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고 다시 만나고 싶다. 나도 툭툭기사들에게 다시 만나고 싶은 손님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툭툭 기사들은 내부 인테리어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이 기사님은 붉은 조명 불상으로 세상 힙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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