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의 향기에 취해 길을 잃다, 그리고 나를 만나다.”
“야생화의 향기에 취해 길을 잃다, 그리고 나를 만나다.”
제주 봄 숲의 향기와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오늘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 숲속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향기였습니다.
길을 걷는 나그네를 멈춰 세운다는 ‘길마가지 꽃’의 은은한 향기, 그리고 향이 백리, 천리, 만리까지 퍼진다는 ‘백서향’의 짙고도 맑은 향이 제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오케스트라, 수많은 봄꽃들이 함께 부르는 무언의 합창 같았습니다.
야생화 하나하나의 이름도 정겹습니다. 깽깽이풀, 히어리, 노루귀, 복수초, 개불알꽃(봄까치꽃), 보춘화…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가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이 작은 생명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들도 제 역할을 다하며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삼나무 숲을 지나며 코끝을 스치는 피톤치드의 향기, 그리고 하룻밤 머물다 간 우주의 맑은 기운은 그 자체로 치유입니다.
햇살이 드리운 습지 옆에 앉아 미생물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그 순간, 저는 생명의 미시 세계에 경외감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그 작은 움직임들이, 거대한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하다.
사진 한 컷에 담긴 건 단지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향기, 소리, 감정, 그리고 자연이 건네는 고요한 위로가 담겨 있었죠. 오늘 하루, 잠시 길을 헤매였지만 참 잘 헤맸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길을 잃는 순간이 때로는 새로운 생명과 마주하는 순간이 되니까요.
“야생화의 향기에 취해 길을 잃다, 그리고 나를 만나다.”
오늘은 그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