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아름다운 제주 국제 마라톤 대회20km 하프."
"제17회 아름다운 제주 국제 마라톤 대회 20km 하프"
오늘,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첫 20km 하프마라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침 햇살은 따스했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왔다. “달리기에 이보다 좋은 날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한 컨디션이었다. 출발선 위에서 몸을 풀며 천천히 호흡을 고른다. 심장은 잔잔한 파도처럼 차분히 고동쳤다.
출발 신호가 울리는 순간, 수많은 발자국이 동시에 땅을 차고 나간다. 나 역시 가벼운 걸음으로 4분대 페이스를 유지하며 질주한다. 10km 지점까지는 모든 것이 매끄럽게 흘렀다. 하늘은 파랗고, 땅은 단단하며, 몸은 가볍다. ‘이대로라면 1시간 30분대 완주도 가능하겠는데’라는 희망이 마음속에 피어오른다.
그러나 15km 지점, 왼쪽 무릎에서 느닷없이 번개 같은 통증이 올라왔다. 순간 멈출까, 포기할까. 마음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스친다. 그러나 단 하나의 목소리가 모든 소음을 지워낸다.
“그래, 해보자.”
속도는 떨어졌고, 기록은 흔들렸으며, 사람들에게 추월당하는 순간마다 마음은 무거워졌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느리게라도, 절뚝이며라도 결승선을 향해 달려갔다. 그 시간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결승선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1시간 46분. 목표했던 기록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숫자보다 값진 결과였다. 아픔을 딛고 끝까지 달려온 이 완주의 순간이야말로 진짜 메달이다. 이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과정의 증명이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잘 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불청객처럼 고통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때 멈추지 않고, 속도를 늦추더라도 끝까지 걸어가고 달릴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목표 지점에 도착한다. 오늘의 부상은 나의 패배가 아니라 영광의 상처다.
작은 한마디.
“그래, 해보자.”
그 말이 나를 결승선으로 이끌었다.
#제17회제주국제마라톤 #러너의철학 #작은습관큰변화 #영광의부상 #그래해보자 #러닝에세이 #삶의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