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극과 S극
그는 모든 것이 나와 반대인 사람이었다
나는 마트에서 두부 하나를 골라도 원산지와 가격 포장까지
꼼꼼하게 비교해서 사고, 게다가 사고 난 뒤에도 나의 결정에 곧잘 후회하곤 했다
김밥천국 같은 메뉴가 많은 곳에 가면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온통 어지러웠고, 직장에서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할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며 뇌가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때면 목소리가 덜덜 떨리며
나도모르게 에엥~ 하고 모기소리가 났다
옷입는 스타일도 사람들 눈에 크게 띄지않는 숨은그림찾기에서 눈을 여러번 빙글빙글 돌려야 찾아내는 그런 무난하고도 지극히 대중적인 뉴트럴톤이나 파스털톤 색깔을 주로 입었다
나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던 그는 모든 것이
중국집 신속배달부 같았다.
모든 일을 빠르게 결정했고 뒤돌아보는 일 또한 없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있었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어른들을 만나면 대화를 자연스레 이끌어나가고
싹싹하고 씩씩했다. 길눈은 어찌나 밝던지 운전도 잘하고 처음 가본 곳도 금방 찾아갔다.
그는 큰프린팅이 인쇄된 티셔츠나 멀리서봐도 존재감이 뚜렷한 원색옷과 신발을 좋아했다
우리는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 같았다
이렇게 다른데 왠지 모르게 끌렸던건, 아마 반대에서 오는 묘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크고 높은 산 같던 기세등등하던 그가
결혼하고 18년이 지난 지금,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자신감이 적어지며 모든 일에 주저하고, 라디오사연을 들으면 꺼이꺼이 우는 남자가 됐다는 건
가장이라서 현실에 치인 걸까
팍팍한 세월에 스스로 무너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