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표정 하지 말아 줘
우리는 1년 가까이 연애를 했다
역근처의 시끌벅적한 빈대떡집에서 한잔하고 있을 때
그는 나에게 오늘 유난히 예뻐 보인다고 했다
그때 그 장소의 분위기, 따스했던 공기, 주말을 맞이한 사람들의 들뜬표정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며칠간 몸의 체온이 오르고 목의 편도가 붓고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얘기했더니 혹시 모르니 확인해 보자고 했다
만약 두줄이 맞다고 해도 확인하고 나오면서
슬픈 표정은 절대로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나는 한 생명을 지키지 않고 포기한다는 것이 매우 두려웠다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용기보다 이 남자를 선택할 용기가 더 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갑자기 부모가 되었다
지금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참으로 무모했고 단순했으며 아주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우리는 충분히 서로의 평생친구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좋은 배우자가 될 확신과 믿음이 없는 상태였다...
그는 결혼식전날 친구와 만나 소주를 마시며
이 결혼이 정말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허공에 소리쳤다.
우리가 첫눈에 반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서로를 선택했다면 더 완벽했을까
서로의 전부를 모른 채 함께하며
천천히 알아가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건
위험한 선택이었을까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갑자기 부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