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젊은 날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전재산 0

by 백점작가

결혼준비를 하며 우리는 돈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그의 아는 동생은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를 하면

매달 높은 이자와 원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우리가 결혼한다고 하니 아는 동생은 아주 큰 티브이도 사주었다. 나는 그때 스물다섯이었고

우리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좋았다

신랑이 대학졸업하고 모아둔 돈은

이미 투자금으로 들어가 있었다

나의 첫 직장은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는 가까운 곳이었고 마을버스비 외의 월급은 모두 저축해 왔었다

일해서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남은 저축했던 모든 돈을

한 번에 이체했다

그렇게 나는 쉽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이브의 사과 같은 강한 유혹을 덥석 베어 물었다

몇 달간 높은 이자가 들어왔다

신이 났다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돈이 란 건 쉽게 버는 거구나

직장에서 하루하루 일하는 것도 하찮게 느껴졌다

퇴근길 전철에선 모두가 같은 각 도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하루의 고단함을 작은 화면 속에서 보상받고 있었다

지쳐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나만 승리자라고 확신했다


꼬박꼬박 잘 들어오던 이자가 어느 순간 멈추면서

아는 동생이 사라져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그사이 그의 비싼 외제차를 끌고 가고 남아있는 천 원 한 장도 찾아내려고 집에 들이닥치고

주머니 먼지한 줌이라도 털어갈 기세로 안간힘을 쓸 때

우리는 설마설마하고 가만히 서서 망설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래도 우아하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있다고 믿었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우리는 전재산이 0이 되었다

결혼식이 석달 남았고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고

집을 구할 돈은 없었으며 도와줄 사람도 물론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깨달았을 때

그동안 솜사탕같이 가볍고 곱게 떼어지며 부풀었던 내 마음은 녹아서 형체를 잃고 흐물거렸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데~?!"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던 건지 신랑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누군가 둘 중 한 명은 "이런 일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해야만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젊고 다시 일어서기에 시간이 충분하다"

그게 맞는 거라고 뇌에 계속 신호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전재산 0으로

시댁에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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