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x로그에게 바칩니다. 켈로그 아님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한 의뢰가 들어왔다. F&B 공간으로, 업종은 맥주 펍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맡게 되었는데, 단체 프로젝트만 하다 맡은 첫 프로젝트였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이 마음 한 켠에 있었다. 처음이라 어쩔 수 없는 마음이었다.
막막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제대로 현장을 겪은 것도 아니었고, 사무실에서 3D 프로그램으로 시안만 잡던 나였다. 나는 말하는 감자였다. 사실 지금도 좀 그렇다. 이때 나를 도와준 게 회사 블로그였다. 블로그에는 전 현장들의 작업 일지가 정리되어 있는데, 과정이나 시공 방식에 대해서도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출퇴근하면서 블로그를 정독했다. 읽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체크해두고 대표님께 여쭤보기도 했다. 그렇게 시공에 대해 감을 조금씩 잡아갔다.
그렇게 미팅을 하고 시안을 잡았다. 과정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시안 보여드리고, 수정하고, 보여드리고 수정하고. 중간에 한 번 현장을 가서 내력벽 여부나 하리 파악 등 공간 상태를 보기도 하면서 시안을 확정했다. 한 가지 문제라고 하면, 전 매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보니 실측해도 정확한 공간의 사이즈를 알기 조금 힘들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철거 후에 다시 사이즈를 체크할 겸 다시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한 현장은 철거 중이었는데 야생 그 자체였다. 먼지도 많고 소음도 상상을 초월했다. 조적으로 단이 올라와 있던 바닥을 까고, 유리를 깨부수는데 생전 처음 겪는 데시벨이 내 고막을 때렸다. 일반인은 듣기 힘든 데시벨이었다. 사실 소리 적응이 안돼서 꽤 놀랐는데 괜찮은 척 했다.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사무실이 얼마나 따뜻하고 안락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철거 전 측정했던 공간 사이즈와는 또 달라 다시 측정했다. 난감했던 건, 직사각형 공간이면 실측이 수월했을 텐데 아주 신기한 오각형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신기한 각도로 뒤틀린 공간을 실측을 하는 게 조금 곤혹이었다. 난감을 표하니 대표님께서 이런 경우는 현장에서 체크하면서 작업하면 된다 말씀하셔서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좌우간, 만약 나처럼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는 신입 디자이너가 있다면 시공 원리나 과정 정도는 얕게나마 숙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치든 뭐든 정보를 얻을 방법은 다양한다. 실제로도 꽤 도움이 됐다. 모르는 현장 용어가 있으면 검색해서 찾아보고, 시공 방법이 궁금하면 또 검색하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뒤로는 배운 대로 현장에서 시공하는거 보고 기록하고, 발주할 건이 있으면 체크하고 연락하고 아주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뭔가 정신없이 바쁘다 했는데, 정말 정신이 없었는지 발주 관련해서 사고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