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가 나를 두렵게 해….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

by 비버랩 Beaver Lab

CNC 가공이란,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의 약자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기계 공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도면 파일을 기계에 인식하면 그대로 조각이나 컷팅을 할 수 있다. 기계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작업이 있는 경우엔 CNC 작업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손으로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CNC가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현장은 나무가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CNC 연습 겸 내가 발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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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신입사원 입사 전, 회사에서 진행했다 전해지는 'CNC로 캣휠 만들기'

위에 사진처럼, 도면을 업체에 맡기면 파일 그대로 컷팅해서 보내준다.


사이즈별로 재단하고 퍼즐처럼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안 맞으면 그때부터 대혼돈의 시작이다. 실수하는 순간부터 간을 내놔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눈에 불을 켜고 잘못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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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츠 하나하나 살피는 확인 작업만 5번은 했다. 그리고 결국 발주를 넣었다. 다행히 걱정이 무색하게 아무 이상 없이 순조롭게 조립했다. CNC를 작업하던 당일은 금요일이었는데 그날 나는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 있다 퇴근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 계시던 주임님이 CNC로 조립을 완료한 붙박이와 카운터 사진을 찍어 단체 톡방에 공유해 주셨다.

KakaoTalk_20241217_145257892.jpg 당시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현장 사진

그리고 사진을 확인한 대표님의 톡 메시지 하나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카운터 높이가 낮은 것 같은데?"


분명 정사이즈대로 제작했는데… 분명 대표님께 컨펌도 받고 발주했는데… 발주 파일도 몇 번을 확인했는데…! 높이가 낮다니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나는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사색이 되어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카운터 높이가 낮다고? 그럼 다시 제작해야 하나? 언제 발주하면 언제 나올 수 있을까? 합판 발주해서 업체 측에 다시 보내드려야 하나? 수신음을 들으며 오만 생각이 다 들 때쯤 전화 연결이 됐다. 대표님, 체크를 하긴 했었는데 만약 높이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할까요?


"다음 주 월요일에 일단 보면 되지."


넵…. 나는 아무 문제가 없길 속으로 아주 싹싹 빌며 집으로 갔다. 자기 전까지도 괜히 불편한 마음으로 뒤척이다 여느 때처럼 기절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월요병이고 뭐고, 카운터 상태가 너무 걱정돼서 냅다 현장으로 갔다. 다행히 카운터 높이는 정상이었다. 주임님이 키가 크셔서 카메라 시야가 위로 잡혔는데, 그로 인해 카운터가 낮아 보이는 효과였던 것이다. 별 문제가 없어서 상당히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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