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철물을 쓰지 않겠다

농담입니다.

by 비버랩 Beaver Lab

맥주 펍은 불연재를 사용해야 했기에, 철물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살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들어가는 철물로는 크게 갈바륨 강판, 스테인리스, 파이프, 타공판이 있었는데 모두 주문제작을 해야 하는 종류였다. 즉 내가 맡아야 하는 일들이었다. 일을 수행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img.jpg 하루에도 빨라졌다 느려졌다 작두를 타 내 맥박수…

첫 번째 실수는 갈바륨이다. 갈바륨은 창가에 들어가는 닷지 테이블의 마감재로 사용되는 자재였는데, 때문에 현장 뼈대에 맞춰 절곡하고 재단해서 주문해야 했다. 테이블 길이가 길어 여러 번 나눠 재서 나오는 사이즈대로 주문을 했는데 웬걸, 사이즈가 안 맞는단다. 길이가 길어 남으면 잘라서 사용하면 되는데, 길이가 부족해서 사용할 수 없단다. 당황해서 머리가 새하얘지던 찰나에, 현장에서 해결해 주셨다. 결국 다시 제작했다.


두 번째 실수는 타공판 발주 건이었다. 시안에 들어간 타공판은 사이즈가 꽤 큰 편이라, 일반 스토어에서 구매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업체를 서치 하며 견적 문의를 했는데, 불친절하거나 견적을 주지 않는 업체도 있었다. 재문의를 3번을 했음에도 견적은 끝내 받을 수 없었다. 업체 선정부터 난항을 겪으니 난감했다. 그러던 중 디자이너님이 추가로 업체 서치를 해 주셔서 다른 곳에서 견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표님이 타공판 발주를 준비하라 말씀을 하셨는데, 당시의 나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문의를 하고 견적을 받아보라는 건가 생각했다. 결국 대표님이 발주하라 말씀하신 날에는 발주가 아닌, 업체 비딩을 하고 있었다. 결국 발주도 늦어졌기에 하여터면 기간을 맞추지 못할 뻔했으나 업체에 사정사정해서 다행히 마감 날짜에 맞춰 받을 수 있었다….


갈바륨과 타공판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남은 파이프라도 잘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에 엑셀까지 동원하며 현장에 필요한 길이와 개수를 따져 주문했다. 대표님이 파이프 클램프는 여유롭게 하나씩 더 시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당시의 나는 당최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정량 그대로 시켰다. 그리고 일이 벌어졌다. 파이프 클램프 하나가 없어서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장 컨디션에 맞춰 파이프를 조금씩 수정하다 보니 시안대로 딱 맞춰 주문했던 파이프 클램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업체에 연락해서 클램프 하나만 추가 발주를 했다. 슬프게도 부품보다 운송비가 더 비쌌다. 파고드는 죄책감에 혼자 내가 직접 수령해서 가져올까 생각만 한 열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모든 일을 해치우니 괜히 철물에 대한 한이 맺혔다. 다시는 철물을 사용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이러고 나중에 또 쓸 나를 알아 체념했다. 이번에 실수했으니 다음엔 진짜 하지 말자…. 다음엔 꼭 넉넉하게 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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