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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수 Aug 18. 2024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으로../23년6월13일(화)

아기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렌터카가 가지 못한다고 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어제도 그저께도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팔레스타인 지역을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모르고 한 것이니 통과... 

알고는 할 수 없는 힘든 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버스카드가 필요하다고 하여 아침 일찍 렌터카로 버스카드를 구입하기 위하여 나섰다. 

이리 묻고 저리 묻기를 서너 번 여러 장소를 찾아다닌 끝에 힘들게 원데이 프리패스카드를 2장을 샀다. 

사실 마지막 장소에서 사지 못하면 가지 말라는 신의 뜻이려니 생각하자는 말까지 할 정도였으니 두 말하면 뭣할까?

신은 우리의 편에서 방긋 웃으며 속삭인다. 

어서 가 보라고...

다시 렌터카를 숙박장소에 주차하고 바로 집 앞에 있는 버스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탔다. 

231번으로 환승해야 팔레스타인지역에 있는 베들레헴으로 갈 수 있기에 내려서 오래 기다렸다. 

외곽이라 정류장에 사람들이 없다. 

남학생 3명이 버스에서 내리더니 슬금슬금 곁눈질하며 주위에서 부산스럽다. 

벼리 혼자라면 무서울 수 있는 상황이다. 

눈을 번쩍이며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을 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일이 술술 풀리듯 저만치에서 버스가 불을 밝히며 달려온다. 

"야호, 231번 버스다." 

반가움과 안도감에 잽싸게 올라탔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지나니 우리나라의 휴전선처럼 철조망과 높은 담벼락이 분위기를 어둡게 한다. 

뉴스에서만 듣던 나라 팔레스타인이다. 

신통방통~~

약 1시간 30분의 시간이 지나 목적지 부근에 도착하여 도보로 예수탄생교회를 찾아갔다. 

소나기가 바람과 함께 거셌다. 

예수님의 눈물일까? 

기독교인도 아닌 우리 부부가 이 궂은날 교회를 찾아가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는 역사투어를 하고 있는 것이죠~~ 

평소의 베들레헴의 시장통의 분위기인지는 모르나 오는 날이 장날인지 거리는 활기에 가득 찼다. 

순례객과 일반인이 뒤섞여 교차하는 발걸음 또한 분주했다. 

재밌는 볼거리를 지나자 아기예수가 태어난 장소에 세운 교회가 보였다. 

특이한 것은 교회에 들어가는 문이 허리를 숙여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낮고 작았다. 아기문이라서 그런가? 

아기가 된 듯이 문을 통과하니 교회 지하에 있는 아기예수 탄생 마구간이 서서히 드러났다. 

살포시 무릎 꿇어 기도를 했다. 

마구간이 인류호텔로 변신?

너무 귀엽고 예쁘게 꾸며놓았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교회를 나오니 배가 출출한 게 1시가 훌쩍 넘었다. 

근처 식당에서 맥주와 샐러드, 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당을 나서자 소낙비가 또 내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빨라지며 지나가는 시장통은 올 때와 달리 밝음은 사라지고 회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바쁜 걸음으로 예루살렘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벼리는 기웃거리느라 한 박자 늦다.

비가 오는 정류장에서 또 인내의 시간이 우리를 시험한다. 

예수님이 겪었던 수난과 비교는 안 되지만 잘 견딜 수 있다는 마음으로 버스가 오는 곳을 향해 묵묵히 보고만 있었다.

일상에서 훈련된 기다림의 내공.

교통체증 때 음악 들으며 그에 맞춰 손뼉 치는 내 모습이 신기하다고 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벼리가 종종 말을 하곤 했다.

안절부절할 이유도 없고 짜증 날 일도 아니다. 즐기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다 해결되는 것을...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빗방울이 '두두둑' 차창에 부딪히고 길게 이어지니 국경지역이다. 

팔레스타인 국경검문소에서 잠시 내려 대기 중인데 비가 계속 내린다.

우산이 없어 비를 맞는 두 아가씨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벼리의 배려심은 어디 갈까?  

비라면 한 방울 튕기는 것도 싫어하며 질색팔색하는 벼리다. 

한 명 쓰기에도 부족한 우산 속의 세 여인은 전생에 자매인지, 모녀인지...

고마워하는 두 아가씨의 미소는 예쁘다. 

다시 예루살렘 구시가지 쪽으로 가는 길 위의 버스는 거북이가 따로 없다. 

도로에 거북이 차량들이 줄지어 대행진을 하느라 한 정거장이 거의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았다.  

또 보고 싶은 곳과 안 본 것이 기다리고 있으니 느려도 순리를 따라야 했다.

내려서 걸으면 더 빠를 텐데...

예수님이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신 다락방을 놓쳐서 가 보았다. 

다윗왕의 가묘 바로 옆에 있었는데 바삐 가다가 그냥 지나쳤구나. 

아니, 이런 일이... 실수.

덕분에 순례객이 없는 한적한 길이 너무나 예쁜 얼굴을 내민다. 

옮기는 발에 집중하며 제대로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락방 계단 오르기 전에 넓은 마당에 들어서니 "댕댕댕" 교회 종소리가 울리는데 흑인남자가 그에 맞춰 손뼉을 치고 있었다. 

종소리의 울림이 사라지니 손뼉도 멈췄다.

다락방을 물으니 앞장서서 친절히 안내했다.

손뼉은 왜 쳤냐니 악귀를 쫓는다는 것이란다.

식탁 없는 다락방을 둘러보는데 창을 가리키며 뭐라고 했지만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소통이 안되니 그 남자가 도깨비뿔 모양을 하며 입을 험상궂게 벌린 채로 "아앙 하앙" 하며 덤벼들 듯이 다가온다.

윗니 1개가 빠졌고 괴상한 모습으로 술 냄새를 풍기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 멈칫거려졌다.

"아하, 악마? 괴물? 도깨비?"

맞단다. 

같이 한바탕 웃으며 헤어졌다.

다음으로 시티오브 데이비드라는 지하 시가지로 향했다.

최근에 발견된 곳인데 숙소 주인아줌마도 좋다며 가보라고 했던 장소라서 걸어서 내려갔다. 

내려오다 한국분들을 지나쳤기에 다시 올라갔다. 평화방송에서 성지순례 오신 신부님, 수녀님들이 길에 걸터앉아 버스를 1시간 30분이나 기다리고 있단다. 

신부님과 얘기를 나누다가 팀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드렸다.

모두들 온화하고 친절한 분들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마음도 통하니 정말 좋았다.

데이비드에 도착하니 영업이 종료되었다고 하여 돌아 나오려는데 친절한 여직원이 나와서 안내지도를 펼쳐 한국어로 번역하여 자세하게 설명도 해 주었다. 

내일 다시 오겠다며 구시가지로 갔다. 

통곡의 벽, 거룩한 죽음교회,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지난 간 고난의 길이 보였다. 

두 번이나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은 단체 관광객과 학생들 순례팀들이 물밀듯이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이 빽빽했고 몸이 부딪혀 지나가기가 힘들었다.

거리에 차들이 정체되고 움직이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관광객 사이사이를 곡예하듯이 비집고 나와 

구시가지를 이동하면서 여기저기 가게에 들러 구경을 하니 주변이 점점 어둠으로 내려앉는다.

저녁은 매일 오는 법.

태양은 언제까지 계속 떠오를까?

주어졌던 시간과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마무리할게요.

굿 나이트~~


             이스라엘 대중교통 카드

            베드레햄 시장통

               베들레헴 시장통

            예수탄생교회 앞

             예수 탄생교회 입구


            마구간 자리

            비 오는 날 거리

            예수 안치자리 재방문

            통곡의 벽과 황금돔을 배경으로

             최후의 만찬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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