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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셀로나의 아름다운 시/23년 7월 12일(수)

by 강민수

아침이 밝은 건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려니.

바르셀로나의 하루는 또 어떤 시가 나올는지?

이름도 예쁜 카탈루냐 광장으로 갔다.

광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며 복잡했다.

길 주변 노천카페에 빽빽하게 앉아서 음료나 간식을 먹고 있었다.

광장 주변은 밤낮이 없이 관광객들로 붐빈다.

'두리번두리번'

길바닥에 주저앉아 술병을 들고 홀짝거리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맨발이 시꺼멓고 얼굴과 팔도 검댕이로 얼룩졌으며 바지가 내려와 엉덩이가 반쯤 보였다.

거지꼴인데 얼굴은 잘 생겼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힐끔거리며 쳐다봐도 고개를 떨군 채 마시기만 했다.

세상만사 다 귀찮은 듯, 초월한 듯 주저앉은 모습이 가여웠다.

무슨 사연이 있어 저러고 있을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멀리서 바라봤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생활력도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내면은 알 수 없지만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 아닐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각자 사연들을 안고 살아간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

모두 동등하니 인간으로 태어나면 존중받아야 한다.'

세 번째 방문한 광장에서 저 남자로 인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픈 시간을 딛고 일어나 부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본다.

낯익은 까탈루나광장에서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해안까지 이어진 보행자 전용도로인 람블라스 거리는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쭉쭉 뻗어있는 거리를 아이들과 몇 번을 지나다녔었다.

하루종일 끊임없이 몰려드는 인파로 생동감이 넘치는 이곳을 가족들이 얼마나 좋아했던지...

색색의 꽃들이 화려하게 꽂힌 예쁜 꽃집과 새를 파는 가게와 기념품샵 등이 여기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인상적이었단다.

벼리는 그 기억에 설레고 흥분되어 신났다.

추억에 젖어드는 듯 유심히 바라보는 눈빛이 반짝인다.

"이 쪽 저 쪽 볼 게 많으니 천천히 구경해요."

"저 가게들 그때와 똑같네."

벼리는 예쁜 것을 보면 쏙 빠져 갈 생각을 안 한다.

"이제 갈까요?"

"어디로요?"

보케리아 시장으로 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옛날에 갔었던 시장을 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가게들 중 편의점은 문이 작아서 내부도 작겠거니 하고 들여다보니 좁으나 엄청 길다.

가운데 통로를 두고 양쪽에 물건을 진열했는데 쑥 안으로 들어가며 살펴보니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가게들이 많다.

재밌는 가게를 보면서 다다른 시장 입구에는 벼리가 좋아하는 갖가지 견과류가 수북하게 있다.

과일가게를 지나가는 길은 알록달록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몇 년 전에 점심을 먹었던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정확히 그 장소에서 아직도 장사를 잘하고 있었다.

추억의 장소에서 예전에 자리에 앉아 사진을 한 장을 찍었다.

오늘은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을 찾아냈으니 거기 가서 식사를 하자고 벼리가 제안했다.

'귀가 번쩍' 거기가 어딜까?

네이버에서 검색하여 알게 된 맛집 '타쿠미'라는 일본식 뷔페다.

"좋지요."

'이게 웬일인가??'

초밥도 먹지 않는데 나를 위한 특식인가??

벼리 마음이 바뀌기 전에 구글맵을 켜고 길을 잡았다.

배는 "꼬르륵" 거렸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이 왜 이리 먼지 몰라!!!

15분 거리라는데 30분을 걸어간 것 같다.

"와, 타쿠미다."

식당에 들어가니 안이 넓고 인테리어가 꽤 멋있었다.

분위기만 봐도 입맛이 돌았다.

여기 뷔페는 메뉴판을 보고 필요한 음식을 종이에 적어 주문하면 직원들이 갖다 주는 시스템이었다.

단품으로 시켜도 된다.

우린 뷔페를 즐기니 당연 무제한이다.

참고하세요.

한 사람 가격이 14.9유로니 한화로 21,351원이다.

유럽의 레스토랑 식사비는 평균 13유로 이상이고 패스트푸드는 그 이하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동양식 음식이라 맛도 좋았고 가성비 또한 훌륭하다.

먹는 시간은 여유롭고 즐거운 것이여.

'배가 불룩'

에너지를 든든하게 얻었으니 '리틀코리아'로 시동을 걸어볼까.

'코리아'라는 글자만 봐도 기대되는 곳이다.

코리아 관련 인연의 끈이 닿을 것 같아 기대에 부풀었다.

작은 규모의 한국 가게들과 한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착해서 보니 웬걸??

'리틀코리아'는 작은 가게의 이름이었다.

그것도 문을 닫고 영업을 안 한다.

"오 마이갓^^"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그래도 어쩌랴?

썰렁하게 닫혀있는 문만 바라볼 수밖에.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다음으로 '카사밀라'로 갔다.

카사밀라는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지은 집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유명해졌다.

건물 모양새나 내부 설계가 많이 특이했다.

산을 주제로 건축한 건물로 곡선 모양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섬세함이 느껴지고 가우디의 손길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저런 설계를 한 가우디가 정말 대단한 건축가임을 느낄 수 있었다.

카사밀라가 있는 길을 20여분 쭉 따라가면 지금도 건설 중인 성당 '사그리다 파밀리아'가 나온다.

뭔 공사 그렇게 긴지???

이 건축 또한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1882년부터 지금까지 건축되어지고 있다.

이 성당 역시 여러 번 방문인데 옛날 그대로다.

옆 공원의 벤치, 나무, 노점 등이 모두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애들 어릴 때 같이 왔던 장소를 보니 그때의 추억이 또 떠올랐다.

모두 자기들 갈 길로 가서 가정을 꾸려 잘들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옛날이 그립기는 하다.

같이 서서 사진을 찍었던 자리를 찾아서는

"여기다. 바로 이 자리."

우리끼리 좋아하고 있는데 공원에서 연주하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좋아하는 악기 색소폰이네.

소리가 부드럽고 아름답게 들린다.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길 따라 내려오니 투우장이 보였는데 오늘은 경기가 없어 문이 닫혀 있다.

요일별 시간이 적혀 있었지만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투우경기는 스페인의 고유문화다.

요즘은 동물보호 차원으로 반대가 많아서 조금 변했다고 하나 아직 유지는 되고 있는 것 같다.

1888년 만국박람회 기념하기 위하여 세워진 개선문을 지나 바르셀로나 가우디 생가에 가니 막 문이 닫히고 있었다.

근엄하게 지키는 사람의 웃음기 없는 얼굴 표정은 굳어 있다.

단단하고 철벽 같은 시꺼먼 문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할까.

내일 오라고 한다.

"알겠소이다. 문지기여."

바르셀로나 박물관에 갈까 그 옆 광장에서 거리 공연을 볼까 망설였다.

시간이 좀 필요한 박물관을 갔다 오면 공연이 끝날 것 같아 멈췄다.

건장한 흑인 청년 네 명이 벌이는 퍼포먼스는 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시멘트 바닥에서 구르고 넘는 재주와 묘기는 아슬아슬했다.

젊은 혈기가 왕성하여 거침없는 동작으로 실수 없이 기량을 맘껏 발휘했다.

박수소리는 광장을 울리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우리도 한 몫했다.

멋진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찾은 박물관은 입장이 종료되었다.

선택의 귀로에서 내린 결정은 후회해도 소용없다.

아쉽기는 하지만 같은 시간에 두 가지를 다할 수 없기에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 가지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걸...

이것도 내려놓기다.

그럼 마음도 편해진다.

알지만 잘 안 되는 것들이 많다.

하나하나 버리는 연습을 하는 긴 시간들이다.

집 떠나온 여행은 즐겁지만 돌아와서 내뱉는 공통된 말.

"집이 최고다."

하지만 돈 들여 떠나온 여행의 가치는 이런 것들이 아니겠는가?

보배로운 또 다른 하루였다.

아름다운 인생의 시를 노래하는 날이었다.

날씨와도 타협하며 다녔다.

벼리와도 의논하여 마음을 맞추며 나아갔다.

오늘은 그나마 날씨가 조금 시원하여 다닐 만했다.

내일도 그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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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마을 중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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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케리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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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내 추억의 해산물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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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케리아 시장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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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뷔페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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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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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세계문화유산 건축물 카사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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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밀라 입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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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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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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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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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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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역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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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청으로 사용 중인 중세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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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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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블라 거리의 호텔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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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블라 거리의 까루프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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