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길과 호수의 파리칼라로~ /23년8월16일(수)

by 강민수

핀란드의 숲길과 호수를 걷고 싶어 숙소에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파리칼라라는 시골 마을을 찾아갔다.

이 마을은 러시아와 불과 4km 정도 떨어져 있는 접경지였다.

지금 전쟁 중인 러시아와 가까이에 와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불안하지 않을까?

보기엔 평화로움 그 자체다.

오전 10시 32분 열차로 갔다가 저녁 7시 30분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열차는 제시간에 어김없이 역을 출발하여 3시 후 파리칼라역에 도착했다.

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 아프리카 탄자니아 비자 신청을 했다.

온라인으로 e비자를 신청했는데 대행업체를 통해 하는 것보다 무려 약 75%나 비용이 절감되었다.

파리칼라역에 도착해 보니 이상하게 역 이름만 있고 역사도 사람도 없다.

우리나라의 간이역 비슷한 느낌이었다.

역 앞 잔 뒤 밭 나무 밑의 그늘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도시락으로 준비한 빵, 파스타, 샐러드, 과일, 간식 등을 차려 놓고 먹었다.

큰 나무들이 만든 검은 그림자의 짙은 그늘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모자와 양산으로부터 일단 해방되었다.

얇은 옷차림과 자연에서 얻는 상쾌한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훨훨 벗어던지고 날아가는 듯한 이 느낌.

시원스레 펼쳐진 녹색의 잔디밭에 갖가지 먹을거리가 있으니 소풍 온 느낌이다.

그렇지.

우리는 매일 소풍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먹으면서 즐기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와 산책하는 사람뿐.

시골마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한낮의 여유를 맘껏 누리며 쉬었던 잔디밭을 빌려 썼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갈게."

큰 도로를 따라 쭉 걸어서 가니 큰 마트가 나왔는데 헬싱키에서도 가 본 그 브랜드의 마트였다.

벼리가 안 들어갈 수 없지.

마트의 이곳저곳을 누빈다.

거기랑 똑같다며 나와서는 계속 걸어갔다.

옷 가게가 보여 멈칫하며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

"싸요. 싸. 이 가게."

"오케이. 땡큐."

청바지를 사서 들고 나오는 아저씨의 말과 손짓에 힘입어 들어갔다.

중고물품을 파는 가게로 의류, 책, 그릇 등이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릇은 골동품 같은 것이 몇 개 눈에 띄었지만 무겁다.

"모두 통과?"

"예슬. 우리나라 당근마켓보다 못한 것이 비싸구먼."

더 볼 것도 없이 돌아 나왔다.

도서관에 가는 아가씨를 붙잡고 이 동네 번화가가 어디냐고 물으니 우리가 걸어온 그쪽 이란다.

주유소 있고 마트가 있는 곳.

마을 주민이 얼마나 될까 싶은데 마트는 굉장히 컸다.

도서관 안을 잠깐 둘러보려고 입구에 들어가니 사서 같은 사람이 우릴 빤히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인사라도 하면 들어가 보고 싶은데 분위기 상 안으로 들어가기 멋쩍었다.

"도서관이 작아 입구에서 봐도 다 보이네."

"책 빌려 읽을 일도 없으니 바로 나가요."

"바이 바이~"

인사를 해도 반응이 신통찮다.

"이상한 외국인이네. 뭘 잘못 먹었나 보지."

도서관 옆이 숲 속으로 가는 길로 이어져 있어 이 길로 걸어갔다.

숲길에 들어서니 핀란드의 정취가 느껴졌다.

옆에는 호수가 있고 키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니 사진으로만 보던 그 북유럽의 모습이 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호수와 숲길을 걸어가니 러시아와 접경지 전투가 있었던 곳에 기념장소가 나왔다.

그곳에 기관포 같은 무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핀란드의 영토를 지킨 용사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었다.

북유럽의 평화도 옛날부터 치열하게 싸워 피 흘려 가꾼 결과물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전망이 좋은 야트막한 산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니 한 폭의 그림이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빼꼼 빼꼼 내미는 얼굴들이 은은하면서도 환상적인 풍경이다.

호수 주변의 숲길은 길고 길었다.

배를 띄워 물놀이를 하면 좋을 듯한데 계절이 아닌가 보다.

손님을 기다리듯 호숫가에 배들이 누워 있었다.

백조 한 마리가 외로이 떠 있어 가까이 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진짜 백조일까? 모형일까?"

해리는 진짜 백조.

벼리는 가짜 백조.

눈을 깜빡이지 않으니 벼리 승.

진짜 같은 모형에 속아서 웃었다.

잔잔한 물결 따라 방향을 바꾸며 움직이는 것이 꼭 살아있는 것 같았다.

"안녕. 백조.."

긴 호숫가를 걸어 역에서 처음 왔던 곳에 도착하여 잠시 앉아 먼 호수 끝을 바라봤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근사하고 멋졌다.

가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핀란드인들은 이런 경치를 매일 접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 같았다.

역사가 없는 역 주변에는 카페와 아담한 가게가 양 쪽으로 자리 잡았다.

가게의 입구부터 깔끔하고 심플했다.

수예품, 뜨개질로 만든 옷과 모자. 앞치마, 식탁보, 공예품, 컵과 그릇, 기념품 등 북유럽의 상품들이 그 나름의 특색을 물씬 풍겼다.

한눈에 봐도 북유럽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벼리는 사고 싶은 것이 아주 많다며 열차가 올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고고"

"알았어요."

열차에 올라탔다.

아빠 손을 잡고 겨우 걸음을 떼는 귀여운 아기가 통로를 왔다 갔다 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아기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아장아장 걸었다.

"아기야, 하이"

아이는 '멀뚱' 아빠는 '싱긋' 웃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 손녀의 돌잔치를 했었다.

거의 비슷한 연령의 아기를 보니 손녀 수연이가 많이 보고 싶었다.

아기들을 볼 때마다 많이 생각났는데 오늘은 더더욱 그러했다.

지금 쯤 한창 재롱을 부릴 텐데...

낯이 익어 볼 때마다 '방긋방긋' 웃었던 천사 같은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수연아, 건강하게 잘 있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걷고 말도 할 테고 많이 커 있겠지?

"우릴 알아볼까?"

"못 알아볼 걸요."

"담에 만나면 그동안 보지 못한 만큼 많이 보자."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하고 있어라."

벼리는 아기가 지날 때마다 중얼거렸다.

열차 속 아기는 한 번은 아빠 손, 다음엔 엄마 손을 잡고 번갈아 가며 오고 갔다.

울지는 않은데 어려서 갑갑한가 보다.

중간에서 아기 가족은 내렸다.

사랑스러운 수연의 얼굴이 눈앞에 아롱거렸다.

"엄마 아빠랑 잘 지내고 있어~"

핀란드의 예쁜 집들과 멋진 경관들이 차장으로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다.

여행의 피로를 씻어 주는 경치에 감동하고 있다.

눈과 마음에 아름다움을 듬뿍 담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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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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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기념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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