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을 며칠간 옮겨 다니다 보니 지명이 헷갈린다.
헬싱키,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고...ㅎㅎ
오늘은 아프리카로 가기 위하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야 한다.
처음에는 열차로 2일 동안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무리인 것 같아 빠듯하게 비행일정으로 교체했다.
한 노선이라도 일정이 꼬이면 아프리카를 가는데 차질이 생기게 된다.
혹시 잘못되면 안 되는데...
순조롭게. 되지 않을까 봐 마음에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다.
캐냐 비자는 오늘 아침에 이메일로 날아왔다.
아프리카 내에서의 비행기도 예약을 했기 때문에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이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열차 갈아탈 때의 촉박한 시간과 이동과 짐이 스트레스로 우리를 괴롭혔다.
먼 훗날에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의 뇌리에 자리 잡을 것이라 믿는다.
스웨덴 스톡홀름 공항에 가서 가방 두 개를 위탁수화물로 부치려고 작은 캐리어를 올렸다.
항공사 화물 접수 직원이 작은 가방을 보더니 바퀴 하나가 날아가고 없다며 나중에 항공사에 보상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화물표에 체크를 하고 나에게 서명을 하란다.
'우리 그 정도로 쩨쩨한 사람이 아니거든~~' 크크 웃으며 서명을 해 줬다.
보안검색대로 갔는데 벼리가 아끼는 화장품 하나가 100미리가 넘는 액체라며 걸렸다.
캐리어 속에 넣어서 부쳤어야 했는데 호주머니 속에 있었던 것을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자, 봐요. 화장품이니 그냥 보내 주세요."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며 얘기했다.
"노우. 얼굴과 온몸에 바르고 남편도 발라주세요."
"같이 발라요."
여자 검색요원에게 내미니 안 바르겠다고 했다.
보안검색요원도 우리도 웃는 가운데 난처한 벼리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 소중한 화장품을 버릴 벼리가 아니지.
내 휴대용 작은 화장품통에는 바디로션이 가득 담겨있다.
그 통을 달라고 했다.
궁리 끝에 보안검색 요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검색구역 바깥으로 나갔다.
화장품을 100미리 이하로 나누어서 오겠다고 했다.
한참을 보안구역 안에서 눈이 뚫어지게 기다리니 저 멀리 벼리가 나타났다.
2개의 작은 용기에 화장품을 나누어 담아서 자신만만하게 보안검색을 통과하는 게 아닌가.
벼리는 재주도 좋다.
"내 바디로션은 어떻게 됐어요?"
"버리고 깨끗이 닦아서 내 화장품을 담았지요."
"헉, 내 걸 버리다니..."
벼리 화장품이 좋은 거라서 내 바디로션은 희생당했다.
또 다른 용기를 구해서 나누어 담았단다.
보안요원이 "굿"이라며 엄지를 세웠다.
"땡큐, 바이."
보안검색을 마치고 비행기 탐승구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 틈에 스웨덴의 작은 꼬마 아가씨가 바닥에 앉아 뭔가에 열중이었다.
혼자서 반려견 가방을 앞에 두고 공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범생이 그 자체로 보였다.
긴 금발의 예쁜 얼굴에 차분함까지...
"하이, 공책 봐도 되니?"
고개를 끄덕이며 내밀었다.
벼리가 그 애의 공책을 일일이 살펴보고는 "그림을 잘 그렸구나."
칭찬을 했다.
물고기 그림들인데 거의 새끼들만 그렸는데 표헌기법이 모두 달랐고 섬세했다.
물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할 뿐 별 말이 없고 싱긋이 웃기만 했다.
요즘 애들과 달리 나부대지 않았다.
반려견도 같이 쓰다듬으며 귀여워하며 놀고 있는 벼리다.
그 애가 많이 좋아하며 강아지와 같이 잘 놀고 있었다.
옷도 그림공책도 연필도 예사롭지 않은 공주풍이다.
강아지 모양의 귀여운 캐리어도 주인과 닮았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안으니 우리 애들 어릴 때 안았던 포근한 느낌이라며 벼리는 좋아했다.
우리와 같은 비행기에 탔다.
2시간 여를 날아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보니 작은 캐리어의 날아간 바퀴 옆에 생생했던 바퀴 하나가 가방 본체 일부와 같이 떨어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쪽은 사망, 다른 쪽은 부상.
떨어져 있지만 바퀴는 바닥에 붙어서 제 역할을 조금은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항공사 고객센터에 가서 가방 파손 접수를 하니 모든 처리는 인터넷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쌀쌀한 대답만 날아왔다.
접수하면서 눈에 띈 건 잃어버린 내 선글라스집이 그녀의 책상 모퉁이에 있었다.
순간 "어 내 것이 왜 여기에?"
잃어버린 장소는 이곳과 거리가 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거 주운 겁니까?"
"내 것입니다."
재빨리 책상 밑으로 숨기며 자기 것이니 손도 대지 말고 관심 끄라는 태도다. 너무 웃겼다.
덩치 큰 나이 지긋한 여자의 행동이 아이와 비슷해서...
예약한 호텔을 찾아가기가 만만찮게 되었다.
휴대폰 인터넷은 안 되지 택시도 안 되지 호텔 셔틀버스만 타야 되지....
전화도 못 거는 데 호텔 셔틀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나~~
내 감으로는 대형 호텔 아니고는 자체셔틀이 없고 소규모 시간대로 숙박 손님들의 공항 가는 편의 제공 수준으로 할 것 같았다.
벼리는 휴대폰 있는 사람에게 호텔에 전화해서 셔틀버스 어디서 타는지 알아보자고 자꾸 사람 속을 괴롭힌다.
대안으로 공항 지하로 내려가서 하루 남은 유레일패스로 호텔과 가까운 역까지 열차를 이용해서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호텔이 있다는 동네 역에 도착했는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네가 우리 동네 크기만 한가??
벼리는 다시 공항으로 열차를 타고 되돌아가자고 했다.
이리저리 헤매고 물어서 버스를 타고 지나는데 호텔 간판이 보였다.
내려서 짐 끌고 20여분 정도 걸어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셔틀에 대해 물어보니 매시간 운행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전화를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길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벼리 말대로 했으면 좀 더 쉬웠을걸...
꿀꿀한 기분에 호텔에 짐을 두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호텔 바로 뒤에 동네 주민들이 모여 있고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종목은 테니스와 패들 이 두 가지를 하고 있었다.
맥주와 안주에 음악까지 축제 분위기다.
경기장 옆에는 바가 있어 응원 팀이나 구경꾼들이 무리 지어 이야기꽃을 피웠다.
바에 앉아 즐기고, 운동으로 즐기는 이들의 흥은 밤이 깊어지니 점점 무르익어 가는 것 같다.
조금 보다가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가로 가서 네덜란드의 마을을 구경했다.
"부웅 부르룽~~"
"웬 오토바이 소리지?"
배달 오토바이가 어느 집 앞에 멈췄다.
우리나라 같은 분위기 연출에 발길을 멈추고 돌아갈 때까지 보고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쌩 달려갔다.
보는 사람마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주택가가였다.
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집들은 고요했다.
도로는 넓지만 집으로 가는 자가용만 몇 대뿐 가로수와 잘 어울리는 멋진 곳이었다.
되돌아오니 아직도 불을 밝히고 경기에 함성까지...
늦은 밤까지 떠들썩한 게 동네의 작은 축제인 거는 맞네.
잠 좀 자러 가거라.
보안요원들과 협상 중
스웨덴 꼬마아가씨 반려견과
스웨덴 꼬마아가씨와 함께
네덜란드로 가는 항공기를 타며
부서진 가방 바퀴 부분
사고접수
동네체육대회
조용한 숙소옆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