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마운틴에 오르면서.. /23년 8월 23일(수)

by 강민수

오전에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요하네스버그의 숙소 검색을 했다.

어디가 좋을지 결정이 쉽지 않았다.

서로 상반되는 조건으로 밤에 다시 조율하기로 하고 케이프타운의 얼굴인 테이블마운틴에 오르기로 했다.

테이블마운틴은 말 그대로 산정상 부분이 테이블처럼 평평하다.

산 밑에 차를 주차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한 시간이 오후 1시 10분이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산에 오른다.

며칠 전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저녁쯤에 올라갔다 온 사람이 50분 정도 걸 린다는 정보에 의해 등산을 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그만큼의 등산을 하는데 별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그 정도야 거뜬하게 갔다 올 수 있지."

그러나 산의 외형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험난한 바위로 구성되어 등산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등산을 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초반부에는 어제 비로 인하여 계곡에 물도 흐르고 등산길도 평이하게 펼쳐졌고 경치가 아름다웠다.

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이 인사하며 반긴다.

벼리도 기분 좋게 사진도 찍고 미국에서 온 관광객 부부들의 사진도 찍어주기도 했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의 크고 작은 폭포처럼 바위에서 쏟아내리는 물줄기가 수없이 쏟아졌다.

건너는 길에 물이 찰랑거리고 절벽을 치고 털어지는 물방울이 튀어 빗물처럼 내리고 있어서 옷이 젖었다.

벼리는 양산을 쓰고 여유 있게 건너고 있었다.

평평하게 흙 길과 돌길과 돌계단으로 걷기에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갈수로 등산길이 네 발로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의 경사와 깎아른 듯한 바위로 공포감 마저 들었다.

아찔하다.

이왕 왔으니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올라가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몹시 긴장하게 되었다.

산의 상부에 도달하니 거의 암벽 타기 수준의 코스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어느 산에서도 체험할 수가 없었던 그런 등산길 아니 절벽을 기어 올라가야 하는 그런 코스였다.

50분은커녕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이 훌쩍 넘었다.

위로는 케이블카가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밑에서 우리는 암벽 타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앞질러 올라갔던 남자가 얼마 지나서 내려오고 있었다.

'벌써 정상을 찍고 내려오나?'

그 남자가 갔다 오는 시간을 봐서는 정상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하이 정상까지 갔다 왔어요?"

"아니오. 힘들고 위험해서..."

바윗틈 사이로 물도 흘러내리고 최악의 등산길이었다.

산의 정상 부분에 거의 갔는데 더 이상 진행하기는 무리라고 벼리가 판단하고 여기서 내려가자고 했다.

힘든 등산길도 끝까지 오르고 포기하는 일이 없는 벼리가 내려가지고 할 때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혼자라도 갔다 오고 싶었지만 벼리의 안전을 위해서 같이 하산하기로 했다. '정상이 바로 저긴데....'

'정상 코 밑에서 하산이라니....'

정상에 대해 욕심을 내려놓자.

산악인도 아닌데...

우리가 간 곳까지도 보통사람들이 하기 힘들 것 같았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기에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내려오는 것도 올라가는 것만큼의 힘든 코스였다.

중간쯤에서 내려갔는지 오르는 길에서 만났던 몇몇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 둘밖에 없었다.

조심조심 안전에 최선을 다하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은 지 2시간여 만에 도로에 발을 디뎠다.

주차한 곳으로 가서 준비해 온 점심을 차에서 내려 양지에 앉아 오후 5시경 에 먹었다.

햇빛은 비치나 땀이 식으니 추웠다.

차를 타고 다니거나 많은 관광지에서도 눈에 잘 띄는 남아공의 랜드마크인 테이블마운틴에 갔다 온 한나절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험한 돌산 절벽에서의 네 발 걷기.

오르내리면서 잡아주고 끌어주며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감싸 안았던 시간.

작거나 큰 것에서도 욕심을 내려놓는 마음.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

거대한 자연 앞에서의 숙연함과 겸손 등.

가만히 있으면 느껴보지 못하는 힘든 순간들이 우리의 앞날에 크나 큰 정신적 재산이 되리라 본다.

이번 여행으로 많은 경험을 했다.

긴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돌아가는 길에 테이블마운틴 반대편 산 언덕에 올라가 대서양의 더 넓은 물결을 바라보았다.

등산을 했던 4시간 정도의 모습을 떠올리니 속이 후련하다.

드넓은 대서양의 바다가 춤추듯 넘실거린다.

우리도 매일 자연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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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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