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을 탐방하다 /23년 8월 22일(화)

by 강민수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오전 중에는 숙소에서 편히 쉬며 아침과 점심을 먹고 케이프타운의 몇 곳을 가볼까 한다.

아침은 과일과 빵과 샐러드로 점심은 라면에 작은 초밥 세트와 삶은 고구마를 먹었다.

어젯밤에 돌아보지 못한 숙소 주변 동네 한 바퀴를 하니 가게들도 제법 문을 열었고 볼거리가 많았다.

초밥 뷔페가 있어 신기해서 보니 12시에 오픈이고 금요일까지 영업을 했다.

담에 방문해서 먹어 보고 싶었다.

주차장을 다시 한번 살피며 조심스레 차를 뺐다.

수동기어와 오른쪽 운전이 아직 몸에 익질 않아서 조심스럽다.

주행 중에도 반대편 차와의 교차도 낯설다.

먼저 찾아간 곳은 보캅마을인데 우리나라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벽화는 없지만 마을 전체를 약간 진한 파스텔톤의 색깔로 칠하여 관광객을 부르고 있었다.

단순하지만 여러 색이 어울려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벼리는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골목 사이로 걸어보고 몇 곳의 갤러리도 둘러보았다.

별 볼거리는 없는데 예술마을로 꾸미려고 하는지 화가의 그림과 사진 전시를 하고 있었다.

약간의 관광객들이 와서 사진도 찍고 물건도 사 가고 한다.

공예품을 파는 가게에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나무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꼼꼼하게 보니 재밌는 표정과 다양한 기념품들이 많아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벼리는 남아공을 떠나기 전에 이 마을에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자칭 앙코르 장소라고 해 두자며 다음을 기약하고 떠났다.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캠스베가 해안가에 도착하니 세차게 내렸다.

캠스베이라는 곳은 유명한 해변인가?

바닷물이 출렁이며 바닷물이 해안가에 밀려들고 나갔다.

우리나라 광안리 같은 곳이었는데 비바람이 세차서 차 안에서 그치기를 기다렸다.

몇 십 년 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우리 두 사람이 동시에 떠올렸다.

"와, 비 오는 날 부곡 갈 때와 비슷하네요."

나는 비 오는 것을 좋아하고 드라이버를 하며 즐긴다.

"난 청소년 인가 봐."

오래전, 창녕부곡에 살았을 때 창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헤치고 차를 몰았다.

갈수록 심해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안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었다.

앞 유리창엔 꽂히듯이 비스듬히 내리치고 차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두두두둑..."

얼마나 좋았던지...

그날을 생각하며 현재에 있으니 이 또한 좋았다.

차창을 때리는 빗줄기도 차 안에서 보면 운치가 있다.

비가 약해져서 우산을 쓰고 내렸다.

파도치는 바다만 쳐다보다가 뷰 포인트에서 비를 맞으며 사진 몇 장을 찍고 컨스텐 시아 와이너리 농장을 갔다.

넓은 포도밭 사이에 식당과 카페와 와인 시음장 등을 갖춰 놓고 있었다.

비바람이 불어 실내 와인 시음장에 들어가서 두 종류의 와인의 맛을 보았다.

와인도 전시되어 있고 기념품샵도 있었다.

서서 마시거나 몇 테이블에 와인잔을 놓고서 대화가 무르익었다.

대지를 적실 정도로 비가 촉촉이 내려서 우산을 쓰고 야외로 나갔다.

큰 나무들이 수목을 이루었고 잘 정돈된 정원을 걸으니 와이너리인지 수목원인지 모를 정도다.

대지가 넓고 조경이 잘 되어 있어 공원 같은 느낌인데 외곽이라 조용하고 한적해서 마음까지 평화로웠다.

맑은 날 이곳을 다시 찾아오고 싶었다.

땅이 넓은 아프리카는 와이너리도 엄청 넓고 옆에 포도밭은 말할 것도 없다.

둘 다 합치면 어마어마하게 큰 땅떵어리다.

한데 어울려 멋지고 아름다운 휴식처를 만들어 놓았다.

애호가들만 찾아오니 붐비지도 않고 그곳 자연을 맘껏 누리고 가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포도밭이 펼쳐진 넓은 농장은 경치가 아름다웠다.

포도밭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마지막 코스인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라는 곳으로 갔다.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곳이었다.

산 중턱쯤에 있는 매표소의 차단기로 입장을 중지시켜 놓고 있었다.

벼리가 걸어가 보자고 해서 내렸다.

조깅을 해서 차단기 사이를 통과해서 뛰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은 걸어갈 수 있는 것 같아 따라가니 나무로 만든 다리와 난간이 나왔는데 우리나라 공원에 만들어 놓은 다리 같았다.

다리를 지나니 넓은 공간에 돌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몇 개 나와서 가까이 가니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보니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확 트여 시원했다.

비가 오니 사람도 없고 으썩해서 차로 발길을 돌렸다.

남아공에서 외진 곳이나 인적이 드문 곳을 가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간도 크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벼리의 가방을 찾으러 명상센터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서양인 남자스님이 한분 나오셨다.

"어떻게 왔냐?"

"가방 찾으러 왔다"라고 하니 웃으면서 주셨다.

'백인들 중에도 스님이 계시네.'

이 스님도 얼굴이 밝고 맑아 보여 마음 수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었다.

돌아오니 아파트에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어떻게 하지?

휴대폰 손전등을 켜려다 갑자기 휴대용 램프가 생각이 났다.

첫날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 거실과 방에 휴대용 램프가 있어 궁금했었다.

'이 램프는 왜 있을까?'

지금 램프를 켜면서 알게 되었다.

'정전이 되면 사용하라고 둔 것이구나.'

켜놓고 내려가서 경비에게 물었다.

"정전입니까? 언제 전기가 들어오나요?"

오늘은 전기 총량을 제한하는 시간이 있다면서 밤 8시가 되면 불이 들어올 거라고 했다.

남아공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가 보다.

8시 조금 넘어 불이 들어와서 급히 저녁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쳤는데 끝나자마자 또 불이 꺼졌다.

"또 정전이다."

램프를 켜고 30분 정도 기다리다 쓰레기를 비우러 나갔더니 우리 집만 꺼져있었다.

주인에게 연락을 하니 휴대폰으로 전력 쿠폰번호를 보내 주면서 입력해서 전기를 켜라고 한다.

전력쿠폰을 사서 쓴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는데...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지'라는 말처럼 따르고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

새로운 아프리카를 맛보며 전기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 주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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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캅마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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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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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스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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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텐 시아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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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스피크드라이브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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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트 양년돼지갈비 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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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부는 숙소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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