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탁한 원룸 건물들 사이 눈에 띄는 빨간 가게. 독특한 유럽풍 인테리어가 시선을 이끈다. 잘 조각된 대리석 분수대와 에펠탑, 마치 파리의 한 조각을 떼어 놓은 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놀이공원이 나를 반기는 이곳. 낭만 한 잔을 선물하는 금리단길의 산타, 산타모니카 박인성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인터뷰 제의 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기분 좋았죠. 저 말고도 다른 분들 많을 텐데, 굳이 저를 선택해 준 배경이 뭐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런 일은 가게 오픈한 3년 동안 처음이라서요. (웃음) 여태 이런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었어요.
저희가 처음이라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산타모니카를 섭외하게 된 이유는 제가 평소 산타모니카를 자주 오기 때문이에요. (웃음) 스무 살 때부터 종종 오곤 했어요. 칵테일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아서요. 그러다 문득 사장님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예요. 어떤 계기로 이 가게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사실 손님으로 오면 그런 이야기를 듣기 쉽지 않잖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일하다 보면 손님들이랑 대화 할 시간이 많이 없으니까요. 산타모니카는 저의 개인적인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예전부터 소품 모으는 거를 좋아했는데, 처음에는 회전목마 하나로 시작했어요. 이게 하나만 돌아가도 이렇게 이쁜데, 다른 세트가 더 있으면 놀이공원 느낌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소문해서 다른 세트를 더 구했죠. 점점 방에 누울 자리가 없어지는 거예요. (웃음) 그때 생각을 했죠. 이걸로 가게를 해야겠다.
특별히 칵테일 바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술을 마시면 사람이 감성적으로 되잖아요. 그 부분이 놀이공원 소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소품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코로나가 한창일 때 오픈을 하셨잖아요. 무섭지는 않으셨나요?
주변에서 다 말렸어요. 아무도 안 하는데 왜 하냐고. 그런데 저는 그게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코로나라서 소극적이고 움츠러들기보다, 오히려 이걸 기회로 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남들이 안 할 때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때 부모님께 자신 있다고 당차게 말해서 설득에 성공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괜찮았어요.
오픈 초기의 산타모니카는 지금과는 달랐다고 들었어요.
네, 그때는 칵테일도 없었어요. 맥주랑 간단한 안주 정도만 있었어요. 저는 소품만 이쁘게 해 놓으면 손님들이 오실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안일했죠. 변화를 찾다가 칵테일을 시작했고 천천히 음식 종류도 늘려 나갔죠.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칵테일 종류가 많아서 음식은 특별히 기대를 안 했었는데, 음식도 상당히 맛있어서 놀랐어요. 사장님께서 특별히 아끼는 메뉴가 있을까요?
산타모니카는 감바스가 있기 전과 후로 나눠진다고 생각해요. 감바스가 없던 초기에는 지금보다 잘 안됐어요. 그러다 1년 안으로 가게를 바꿔봐야겠다, 생각하고 음식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개발한 음식이 감바스에요. 수많은 메뉴가 나타나고 사라졌는데 감바스만 아직 살아 남아있어요. 그래서 제일 애착이 가요.
신청곡을 받으시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내가 신청한 노래를 사람들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게 되게 좋았거든요.
맞아요.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 같이 듣고 나누다 보면 ‘이 노래 좋다’는 말이 종종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또 기분이 좋죠. 가게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나가시면 저도 같이 기분이 좋아져요.
그렇다면 혹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노부부 손님이 계세요. 항상 손을 잡고 들어오셔서 점잖게 드시다 웃으면서 가시거든요. 그분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저는 항상 사람들이 편하게 웃다 가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손님들이 기분 좋게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 ‘아, 가게 하길 잘했다!’는 만족감을 얻어요.
산타모니카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다른 술집이랑 콜라보도 하시더라고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시작은 좀 웃긴데···. 근처 술집 사장님들끼리 가끔 모임을 해요. 그날도 송무회관이랑 왬리 사장님들이랑 술을 마시다가 이런 거 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은데, 한 번 해볼까? 얘기가 나온 거죠.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다음 날 되면 보통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얘기는 다음 날에도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스타일이 달라서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자유롭게 했던 거 같아요. 포장마차 느낌으로 각자 가지고 있던 레시피를 꺼내서 음식을 만들었어요. 돈을 번다기보다 그냥 즐기자는 생각으로 했어요. 그때 고생 많이 했습니다. 끝나고 다시는 하지 말자 하더라고요. (웃음)
콜라보 외에 소규모 파티도 운영하신다고 들었어요. 이것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저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구미는 뭔가 딱딱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연성이 없는 느낌? 오픈하고 마감만 하는 딱딱한 가게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손님들이랑 소통을 하고 싶어서. 게스트하우스처럼 작게 파티를 해야겠다 생각했죠. 스타트를 잘 끊어놓으면 ‘뒤이어 다른 분들도 탄력 받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구미 사람들은 그런 곳에 잘 안 올 거라는 말이 많았지만, 저는 ‘구미에서 이게 될까?’하는 것들을 성공시켜 보고 싶었어요. 보란 듯이 처음 회차에 성공했을 때 희열감이 엄청 좋았어요. 파티가 끝나고도 따로 연락하고 지내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모든 일에 순조롭게 성공하신 거 같아요. (웃음) 혹시 어려운 시간이 있던 적은 없었나요?
딱히 어려운 시간은 없었던 거 같은데···. 상표 바뀌었을 때가 가장 위기였던 거 같아요. 갑자기 법원에서 등기가 하나 날라오더라고요. 상표를 바꾸라고. 프랑스의 물랑루즈라는 카바레가 있는데, 이름이 똑같아 상표권 위반이 되었나 봐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어요. 물랑루즈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시련이 닥치는구나···. 오픈도 못 하고 하루 종일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름 바뀌고 사람들이 더 좋아해 주셔서 오히려 잘된 일이죠. 저에게는 전화위복이었어요.
이름을 바꾸시느라 고민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산타모니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된 거예요?
영화 라라랜드에 ‘산타모니카’라는 해변이 나와요. 바닷가에 놀이공원처럼 관람차도 있고, 롤러코스터도 있는 모습을 딱 보고 바로 결정했던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사장님의 어릴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릴 적에는 꿈이 따로 없었고 대학을 진학할 때 요식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래서 요식업 관련 전공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반대를 크게 하셔서 안정된 회사원이 될 수 있는 길로 갔죠. 원래는 요식업을 너무 하고싶었어요.
1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무기력함이 찾아왔고, 그때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해서 지금의 산타모니카를 시작하게 되었죠.
마지막으로, 구미로 이행시 부탁드려요!
구 미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장님들
미 친듯이 일 해 봅시다!
글, 편집 : 김예빈
사진 : 김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