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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Feb 18. 2022

서계동

신해철, 그대에게



한적한 주말, 서계동 어느 좁디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고즈넉한 카페의 A형님이 나에게 조심스레 입을 여셨다.

"하나뿐인 가족들과 친구들, 연인이 있는 이 세상에서 너라면 누구를 먼저 택하겠냐?"


다소 뜬금없는 형의 돌발 질문이었지만 나는 대뜸 정답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묵묵하고 목젖에서 흘러내리는 침 한방울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정확한 정답을 외부적 요인에 구애받지않고 나만의 확고한 정답을 찾을 수 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자부한다.


형님의 장난기 섞은 미소가 이 회색 인테리어 안에 고이고이 녹아들 때, 나는 맞은편에 있는 LP음반을 하나 집어들어 노래를 작동시켰것만 알고보니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틀고 있었다.


조용히 울려퍼지는 음악계의 거장, 아니 천사같은 악마의 목소리에서 울려퍼지는 세상의 청년들을 향한 강한 포부와 미래 곡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듣기 시작했다.


5년전의 대학생활 라이프에 잠깐 심취했지만 여전한건 아직 30대 초반인 나도 지극히 신해철이 추구했던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A카페 형님도 조용히 카페 내부로 비스듬한 각도로 꺾여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사색하며 '무엇'을 위해 조용히 하늘을 향해 멀리감치 생각하시는 중이셨지.


#갓혁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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