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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Feb 18. 2022

문래동

또 하나의 축복

그때 상황에 따른 그 적절한 시기를 꺼낸다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이 자리에 머문 바쁜 그들의 움직임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새로운 행태의 변화는 나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을 얻도록 하였다.


각종 제련과 철강 제작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풍경에서 나 또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기에 급급했고, 작고 소중한 이름 모를 거리를 거닐면서 이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보는이로 하여금 꽤 많은 의미를 얻어가길 바랐지.


유퀴즈에 언급되었던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때 방송으로 낯이 익은 어느 중년의 남성은 오늘도 열심히 본업을 진행하고 계셨다. 잠시나마 내가 MC가 되어 그분과 또 다른 삶의 르포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만 본의 아닌 나의 예의 없는 행동이 그들의 일에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머뭇거리기만 하였다.


그러던 중 그 광경을 지켜본 어느 할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와 조심히 물어보셨다.


"어이 젊은이, 우리 영감탱이들이 이렇게 일하고 있음에 자네는 감사한가?"


순간의 정적이 있었지만 나는 조심히 그 분위기에 한마디의 입을 열었다.


"보이는바와 같이 어르신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서울이 현대화에 걸맞추어 이렇게 크게 발전하지 않았을까요?"


"... 거참 재미있는 친구일세."


순간 5초간의 정적을 바탕으로 어쩌면 내가 있는 이 장소가 그들의 노고를 기록하고 대변해주는 좋은 자리로 만들어지길 간절히 기대했겠지.


멀지감치 이 광경을 관조하시던 예술적 면모를 지닌 장발의 뿔테 할아버지께서 조용히 이 앞을 지나가셨다.


"오늘도 무사히 시작했지만 간결히 바라고 또 다른 소망을 기원한다면 너희들 또한 축복의 길로 맞이하게될테야."


'또 하나의 축복...'


굉장히 어려운 그의 예술 가치적 멘트에 나는 그만 어질어질했다. 당장 앞만 보고갈 수 없는 심정을 대변하듯이, 조용히 걷고 싶은 소소한 장소를 하나하나 발견하면서 우리를 위해 기록으로 남겨주지않겠냐는 그들의 어조와 감성을 충분히 이해했고 나는 그저 기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르신들, 삶의 노고가 깃든 장소일수록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갓혁의 일기 中


#갓혁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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