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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Dec 10. 2022

내가 쓴 기획서는 쓰레기

어그로 끌어서 미안합니다. 

(●'◡'●)


기획서 쓰는 방법은 참 쉽지가 않다.


제안서, 기획서, 계획서, 운영 매뉴얼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가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지난 9월부터 계획, 기획하고 11월에 마무리를 한 자양시장 상생 마켓 관련 기록 일지를 남겨보려고 한다.


8월 말, 정확히 9월부터 광진구 자양시장 내 사업단 및 상인회와 지속적인 미팅을 연계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회의록을 작성하여 다음 이벤트 기획 때 어떠한 현장 상품을 만들 것이며, 현장 이벤트를 진행할 것인지 그 부분이 가장 큰 핵심 요건이다. 사실 1차 미팅이 제일 어렵다.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제일 급선무이지만, 어느 누구도 5:5 비중에 맞춰서 서로 협의를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현재 담당했던 프로젝트 외적으로도 거래처 및 여러 기관과 서로 소통 조율이 어렵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리고자 한다. 그래서 기획자를 꿈꾸거나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 팁과 조언을 해주려고 하니까 참고해 주세요. (뿌듯)



'실제 기획자는 개같고 개같다.'

세상무궁무진 대한민국 기획자분들 파이팅하고 그나마 같이 고통과 고뇌도 공유하자구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리 사업단과 미팅을 하기 전에 1차 기획서를 작성하고 이들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제안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사실 갑을 관계를 떠나서 대행을 해주는 이벤트 기획의 특성상 먼저 갑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세 부분을 중점으로 지속적인 사업 어필과 설득을 할 명분이 생긴다.


첫째, 예산 관련 부분이다. 이는 기획서 작성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가장 뜬금없겠지만 제일 현실적인 요소이다. 즉, 국가사업의 경우 일부 예산의 지원을 받고 감행을 하는 것인데 각 행사 일자마자 골고루 섞인 이벤트 진행 비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업무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1일차 행사 진행의 경우 예산 소요가 30만원이 도출되었다. 허나 2일차 행사 진행에 있어서 차질이 생겨 60만원의 예산 증가가 산출되었다면 이는 꽤 수정하기 번거롭고 또 사업단과 지속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융통성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마감기한이 다가오면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건 여전하다. 그래서 미리 1차 제안서를 얼른 거래처와 주고받으며 상호작용을 하는게 맞는다고 본다.


둘째, 현장 파악이 중요하다. 단지 글로 녹이는 제안서는 형식적인 대학교 리포트 과제에 불과하다. 미리 임장이라고 해둔다. 사실 임장이란 부동산 용어로써 그 현장의 건물과 땅, 지리를 미리 파악하는 것인데 기획 또한 이 일부분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광진구 자양시장이라면 대부분 자양 시장 내 골목이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거기서 한술 더 뜨면 대표적인 점포의 위치와 어떠한 주력 상품을 파는지 미리 상인과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때로는 상인들이 잘 모르는 마케팅적 요소를 이벤트 기획사 자체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나중에 행사 진행에 큰 차질과 변수가 생긴다. 미리 앞서 언질했다만, 상인회와 사업단 등 그 사업을 진행하는 대표 우두머리 단체와 미리 조율을 해야 하고 보고해야 한다. 물론 쉽지가 않지만 말이다. 나중에 "저희가 이 상품을 주력으로 행사 진행에 내놓고 싶은데 어떨까요?"라고 한다면, 정답은 "알아서 하세요. 대신 사고 없이 하시면 됩니다."라고 그쪽에서 먼저 보험용 말을 해놓겠지만,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는 큰 후회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장 감각을 미리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 필요한 부분은 항상 상호 피드백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매번 이야기하고 계속 곱씹고 듣다 보면 나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알지. 사업 또한 사람 관계에서 비롯되는데 말이야."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갑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대행업체의 심보가 여전하다. 상호 관계는 곧 5:5 비율에 맞춰서 서로 필요한 사업 내용을 조율하는 것이고, 최선이 안되더라도 추후 차선책까지 고려하는 부분이지만, 막상 스스로 판단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창출은 많다. 허나 현실적으로 그 아이디어가 거래처에게 먹히냐가 관건인데, 그러한 부분까지 스트레스 받아 가며 할 필요가 없으려면 이 사업 또한 영업과 서비스직의 일부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 만약 미팅과 회의가 싫다면 그냥 그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잡는 게 중요하다. 체감이 되어야 언젠가는 사업적인 마인드와 발전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왜 하는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알아가고 그들의 니즈를 맞춰서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일반 사무직 서기처럼 회의록을 작성할 것이면 이벤트 기획이든 어떠한 기획자든 그저 사무직만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영업과 실력을 발휘해 보던가.


아무튼 말이 길었지만 제안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봤자 일주일이다.


기획서라 읽기 전에 미리 1차적 제안서를 사업단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일적인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상대방 업체는 내근을 위주로 한다만, 외근 특성이 많은 기획자의 경우는 밤늦게 오후 6시 이후 사업자 피드백을 받아 작성하고 메일로 작성하는 게 부지기수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우리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야근의 노예를 지속하게 된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자주 일삼던 프리랜서의 경우는 이해해 준다고 쳐도, 사업단 또한 기본적인 오후 6시 이후 마감을 하는 게 대다수라 기획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물론 신뢰가 쌓인다면 가능하겠지만 그 신뢰란 '현장'에서 증명된다. 이론적인 말과 한컴 따닥따닥 붙은 서류는 그저 한낱 보험용 뿌리에 불과할 뿐이고 말이야. 잘 기억해라.


상대방의 니즈를 파악하려면 '현장' 감각이 중요하다.

'글 쓰는 방법'과 '잘 쓰는 방법'은 둘째 친다. 그건 허울에 불과하다.

어차피 통과 결재될거란 가정하에 10프로 먹고 들어간 셈이라 치고 한번 작성해 보자.


그래서 왜 기획이 어려운지 알게 될 거니까.


-


사업계획서의 일부 (9월 말 1차 제안)


기획서에서 무엇을 꺼내야 할까?


애써 이야기했지만, 자양시장의 경우 사업단이 원하는 니즈가 항상 있었다. 예를 들면 각 행사마다 일관적인 행사 내용이 아니라 세 가지 방면으로 진행하길 바랐다. 그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자양시장 내 4-5개 정도 되는 점포 상인들과 협의, 조율하여 그들의 상품 꾸러미를 제작, 디자인하여 행사장에 세팅하고 대행 판매하기. 이를 대해 판촉 행사라 읽는다. 즉, 위탁 판매이다. 그럼 이 행사를 왜 하는가? 애초에 이 기획서의 목적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시장 및 문화관광형시장의 상권이 무너지고 이로 인한 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법 모색하고 진행하기'


사업 계획을 작성하다보면 그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야 하거든. 무조건 일관적이지 않은 기획서가 너무 많다. 즉 이 사업을 행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동문서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코로나 잠식이 깊어 상인들의 경제적 울부짖음이 많은 것은 대한민국 유일무이 사회성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도 이벤트 기획자들에게 다양한 방안과 요소를 던져준다. 그래놓고 묻는다.


"그래. 어차피 상권 활성화가 필요해. 그렇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이를 해결할 것이고 어떻게 결과로 증명할 것인가?"


흔히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딱 하나로 정하기로 한다. 바로 '로컬'이다. '로컬'하면 그저 간판 쓰러진 허름한 맛집 찾아가기, 정처 없이 걷다가 마주치는 조그마한 골목 상권 마주하기 등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식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진심 어리게 로컬에 대해 논하자면 '상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실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어디까지나 '아' 다르고 '어'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왜 본인이 이 기획을 적어놓고 결과를 다르게 도출하는지 말이다.


적어도 내가 이 자양시장 프로젝트를 했다면 결국 광진구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로컬' 마인드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럼 끝났다. 이제 제안서에 녹여내본다. 하지만 피피티로 작성하면 이미지가 다분하게 많아지고 산만해지므로 정량적, 정성적 글로 제안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 그래서 애용하는 것이 바로 '한컴'이다. 어느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만년 서류의 표본이다.


작성하다보면 기본적으로 발견되는 요소가 여러 개 중복된다. 바로 사업명, 기대효과, 사업개요, 프로그램 세부계획, 각 행사별 준비 품목 등이다. 작성하다보면 어느 기획서를 작성하면 어느새 적응이 된다. 만약 기획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기획서를 자주 참고하면 좋다. 벤치마킹은 나쁜 게 아니다. 그저 그 틀을 세부적으로 잡아 나만의 방식으로 재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왜 이 기획을 하려는가? 분명하다. '목적'과 '취지'가 없다면 씨 없는 오렌지에 불과하다. 진짜 왜 사업을 하려는거야? 그 이유가 뭐야? 상대방이 보고 들었을 때, 정말 그게 맞고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무조건 70프로 먹고 들어간다. 이제 글로 녹여내보자. 글 못써도 좋고, 잘 쓰면 더 좋다. 그런데 이야기 하지만 정말 근본적인 목적과 취지를 어떻게 글로 표현하고 나열할 것인가가 제일 큰 문제이다. 이 점은 머릿속에 박아두자. 정말이다. 상대방을 어필하고 싶어? 그들이 바라는 서류 양식보다는 니즈를 파악하는 이유를 역지사지로 분석해보고 입장을 대변하면 알 거야. 연애고수가 되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해 봐. (물론 나도 쉽지가 않았어. 연애고자. 글로 배우는 연애고자라니-)


그리고 깔끔하게 작성하려면 한컴에 능숙한 사람이 좋겠다만, 사실 그거까지는 바라지 않아. 간략, 일목요연,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방향으로 그러한 틀을 잡고 작성해 봐. 대부분 추상적으로 기대효과를 넣거나 두루뭉술한 수식여구만 가미된 글은 보기 싫어. 그런 글은 그냥 브런치나 에세이로 읽으면 되잖아. 기획서가 항상 우리에게 정답을 내놓는다.


제발 좀 객관적으로 써봐. 넌 이과생이고, 파워 제이야. 현실적인 글을 써봐!


(감성 넘치는 P와 F는 기획서를 쓰면 참으로 힘들다. 난 이건 명백하다고 본다. 쓰다 보면 결국 기획서가 아닌 자소설이 된다.... 므흫)


그렇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면 제출하겠지. 그리고 그 중간중간 여러 디자인 제안과 출력, 그리고 행사 준비에 필요한 물품 등을 구입하고 행사 준비를 할 거야. 여기까지는 온전히 기획자들의 대행으로 이루어지고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는 부분이야. 설상가상, 갑자기 사업단에서 행사 변경 요구를 할 때가 있는데 가끔 미팅을 하며 서로 조율을 하면 되거든. 문제는 역시나 소통이야. 오해되거나 와전된 회의로 이루어지고 각자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로 회의록을 남기면 이건 정말 행사에 큰 차질이 생기고 결국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아래 사항을 미리 한 달 동안 준비를 하니까 미리 참고하면 좋아. 물론 어느 기획자가 어느 사업단 및 주최 기관들과 피드백을 하며 날짜 조율을 할지는 미정이니까 그냥 참고만 해줘.


-디자인 제안 및 컨펌 후 출력 (보통 일주일 소요)

-2차 미팅 제안(디자인 제안 후 행사 차질 변수 고려, 차선책 대안 마련하기 등, 보통 일주일 소요)

-행사 진행에 필요한 물품 구매 (보통 3일 소요, 소셜 커머스 이용)

-테이블 및 무거운 짐들 렌탈 (보통 4일 소요)


다시 순차적으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아.


1차 제안 피드백 - 디자인 제안 - 2차 미팅 제안 및 피드백 - 디자인 출력 - 행사 렌탈, 물품 진행 - D-DAY(마무리 작업) - 행사 진행



여기서 3차 미팅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는 행사 중간에 텀이 생기거나 행사 마무리 후 사업단 및 상인회와 같이 행사 결산 보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어. 그날 행사에 차질이 있었는지 없는지 한번 검토해 보고 다음 행사에는 실수 최소화와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서로 피드백을 공유하는 것이지. 이는 기획자들의 생명과도 같아. 피드백, 무조건 마음으로 되새기자.


보통 기획서 작성 후 약 이주간의 행사 준비 텀이 있어. 이 기간만큼은 무조건 빡세게 준비해야 해. 한마디로 첫 행사로 앞으로 남은 행사 일자의 결과까지 미리 예측되고 도출되거든. 첫 행사를 잘 치른다면 거래처와 상대방 사업단도 어느 정도 뿌듯해하고 계속 행사를 진행하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기획으로 끝나는 건 둘째치고 현장 파악을 미리하고 미리 준비에 철두철미해야겠지? 보통 행사 당일 3일 전부터는 불필요한 준비 품목이 있는지, 행사 진행 차질 요소가 있는지, 날씨, 현장 변수가 있는지 미리 고려하는 게 좋아. 90프로 다 준비했다 쳐도 결국 10프로는 현장 변수거든.


이래서 행사 진행 하루 앞두고 그 전날에 변수가 생기면 정말 '짜증'이 쏟구쳐 올라와. 그건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렇다면 나름 그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선책도 필요하더라. 그걸 미리 준비하는 게 좋아. 예를 들면 플랜A가 애매하면, 플랜 B를 고려해야겠지. 그렇다고 기획서에 그 방법을 녹일 필요는 없어. 최악의 경우로 치닫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10프로야. 그 10프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리 사업단과 조율을 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 단, 그 플랜 B까지 상대방 업체가 이미 이해했는지가 중요하겠지. 혹시 스스로 사소한 변수에도 스트레스가 난다면 한 번 더 기획서 하단에 *별첨 해놓고 변수의 경우를 작성하고 2페이지 정도 차선책을 작성해도 좋을 것 같아. 어차피 서류상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편한 것도 있지만, 상대방이 염려하지 말라는 보험용 뿌리에 기반하거든. 그래서 기획서는 꼼꼼해야 하고, 미리 역지사지 입장에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되는 모든 부분까지 다 녹여내야 해.


자, 그럼 이제 현실로 돌아가자.


D-DAY 이제 뭐 할 거야?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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