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주관하는 여러 글들을 읽어보면 나와 비슷한 성향의 글들이 참으로 많았다. 교환일기를 빌미로 작성했던 그들의 글은 단지 혼자만의 시간으로 얼버무려지지 않았다. 오직 순수한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일상 철학에 대해 감미롭게 글을 작성하고픈 사람들의 글귀가 아름답게 꽂혀있었다. 마치 독립서점에 온 듯한 브런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뭐라도 기록해야할거같아-
What if
브런치 또한 상업적인 공간으로 남겨진다면 대한민국 모든 예술가들의 기록장은 어디에 고스란히 남겨야 할까?
때로는 날것의 글이 굉장히 와닿던 하루의 연속이길 빌었다. 그리고 그 연속의 과정을 브런치에 기재하는 분들은 참으로 대단하기만 하다. '오늘 내가 이러한 경험으로 색다로운 느낀 점을 받았지 뭐야.'이 말 한마디로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는 장소를 뒤적여보지만 사실상 찾기 어렵다.
온전히 내가 이 글을 작성하는 것은 나로부터 새로운 경각심과 또 다른 글 속의 가치를 뽑아내기 위함이다. 글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록에 머물면서 그 장으로 남기면 허술한 관리인이 이끄는 목장과 다름없다. 다양한 소와 말들이 드넓게 펼치려면 오늘 내가 무엇을 행했는지 절실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는 것, 나쁘지 않더라. 그리고 무명의 누군가로부터 나의 자그마한 공간에 들락거려도 그마저도 나쁘지 않은, 순수한, 그저 감미로운, 어떠한 울림을, 그대로 이어받길 충분히 느껴왔지.
결론은 브런치는 상업화가 되면 안 된다. 적어도 어떠한 이유로, 목적으로 마치 단순 인스타그램처럼 냄비처럼 식어빠진 컨텐츠로 자리 잡기 싫었던 건 분명하고 그 사유의 장소에서 익명성의 철학글이 가득한 글귀를 바라보면 더할 나위 없이 그들의 진득한 삶을 느낄 수 있더라.
무명
남들에게 유명세를 떨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 심지어 블로거 행세 또한 그렇다. 어제의 나는 그저 상업적인 공간에 목을 매달고 허풍당당하게 "나 여기 있소"라고 외쳤다만, 생각해보니 세상은 별로 나에게 관심이 없던게 분명하다.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난 그런 사람이 되려고 작정했다. 오늘은 누가 들어왔고, 통계 수치에 연연하지 않은 순수한 블로거이자 작가가 되고 싶다. 의미 없는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러한 글들이 산을 이룰 때, 비로소 나는 성공한거다. 앞으로 그러한 삶을 살고 싶다.
수치가 싫다.
돈이 전부가 아니었지. 생각해보니 지금도 느끼는 하루이지만, 매일 돈돈 연연해도 결국에 남는 건 사람이야-
사람은 돈으로 제값을 매길 수 없는 당연한 현대사회- 그 돋보이지 않지만, 단순히 얽매이지도 않은, 온전히 사람 대 사람으로 산다는 사회에서 수치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 난 오늘도 반성했다. 퇴고를 하면서도 몇 자를 기재하며, 심지어 사람들의 반응이 좋기로 유명한 컨텐츠 위주로 만들려고 나만의 색깔을 고스란히 버렸던 그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야.
기분이 태도가 되지말자.
최적의 날씨에서도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했던 나를 비판하고 성찰한다. 감정에 휘말려 이름 모를 껀덕지를 만들지 말기를 그렇게 맹세했다. 오늘도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서약서를 만든다. 당당하게 자신을 휘몰아 치우자. 어차피 귀로 들리는 것은 나의 이야기요,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의 입이요, 내가 보고팠던 나만의 것은 나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환경과 사회를 탓한 것도 한계가 있다. 날씨가 우중충하다가 누구한테 떼깡을 피울 것인지 스스로 잘 알겠지.
L형님
만약에 내가 20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이 형님께 고민 상담을 진행해 보았어. 그런데 정답은 가까이 있었네. 왜 내가 망각하고 있었을까. L형님 덕분에 내가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더 되짚는 경우가 오늘이었어. 형님 덕분에 오늘 기분이 좋았어. 때로는 내가 가야 할 때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때, 내 곁에 누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어떠한 말을 마다하지 않고 쓴소리처럼 하지만 진심 어리게 대답해 줄 수 있는 분들이 몇 분이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무관심은 무섭다.
상처받는 일이 오늘이더라도, 한낱 미물에 불과한 우리들은 열심히 살아간다. 그 원동력은 누군가의 말이겠지. 그게 칭찬이면 더 좋겠지만, 쓰디쓴 관심과 오지랖 또한 하나의 자극제로다. 내가 여기서 질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하지만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 망각이라고 생각이 든다. 무명작가는 좋지만 적어도 무관심이 무서운 것은 그 누구보다 알고 있다는 사실. 세상 보편 법칙이지. 이도 저도 못하는 게 아니라-
나 여기 있소, 하지만 관심받길 꺼립니다.
잘 봐. 우리가 블로그나 티스토리, 그리고 싸이월드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 태초부터 사람들은 관심을 받기 위해 태어난거야. 일만 하다 고삐 풀린 노예가 될지언정, 그냥 미친놈이 되어 관종이 될지언정, 적어도 누군가가 우리의 인생에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그 하나로 넌 블로그를 할 자격이 충분히 있는 거야. 기록은 너만의 방법과 시간, 그리고 컨디션마다 다르겠지. 그 핑계로 자신이 관심받기 꺼린다면 그것도 인정해 줄게. 하지만 어느샌가 지친다. 몇 번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기록은 사실 어느 정도의 관심에서 비롯된다. 쓸데없는 하소연 글도 좋다. 그걸로 공감대 살 수 있어. 자기 자랑도 좋아. 그런걸로 남들의 호혜성을 습득하기에 적합하니까. 어찌 됐든 말이야- 그러니까 블테기따윈 없어. 귀찮은거지. 그 시간에 다들 마음 단단히 잡고 블로그 열심히 해라. 구경 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