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갓혁 Jun 04. 2022

있었는데 없어져 갑니다.

서촌 골목 투어 ep4

평소에 로컬과 관련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 계실까요.

사회가 각박해져 갑니다. 그에 따라 '있었던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잘 아시는 분들 계시려는지요.


변수가 다양한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 또한 다를바가 없었고,

더군다나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해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책을 좋아하실지 모를까봐.



일단 시작하기 앞서서, 갑자기 뜬금없이 책을 추천하다니 참 희한하죠?


이 글을 쓴 취지는 당연히 서촌에 관한 투어 자료를 정리하는 글이지만, 한편으로는 저의 생각을 차곡차곡 담으려고 기록하는 장입니다.


서촌 마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그저 상업적인 동네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잠시 정리하고 분석해서 이 내용을 기재하고자 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서촌과 매우 유사합니다.


동네 상권을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간다는 느낌이랄까요. 일본의 고베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당연히 저명하고 전통적인 항구 도시로 떠오르겠죠. 오사카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나요? 도쿄 다음으로 젊음의 메카로 활발한 곳이 떠오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홋카이도 하면 얼음 축제와 따스한 온천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집단 지성이 동네에 스토리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로컬화라고 합니다.


일본은 예전부터 전통있는 가옥에 대한 보존, 그리고 미래 보전 방법에 대해 민간 요법처럼 잘 알고 있답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가 로컬에 있어서 배워야 할 것 중에 하나입니다.


하나의 예시를 우리 한국에 비유해 봅시다.


부산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보통 해운대와 광안리, 그리고 광안대교가 떠오를 겁니다.


강릉 하면 순두부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바닷가, 허난설헌 기념관이 떠오릅니다.

물론 제각각인 경우도 있지만 크게 크게 보면 그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성'은 무시 못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 있는 서촌 마을 하면 뭐가 떠오를까요?

허름해지는 가옥과 전통 있는 통인시장, 그리고 독립서점과 예술가들의 거리, 재즈 바 등등.

보편적인 스토리를 묶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촌은 스토리가 풍부한 곳이다.


네이버 검색 리뷰만 봐도 대부분 서촌에 언급되는 재즈 바와 칵테일바가 그 자리를 증명하듯이 말입니다. 다 이유가 있는 지정학적 위치라는 점이죠.


하지만, 저는 최근에 아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이 사진은 환경 조성 중인 종로구 서촌 마을 일부/일대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청와대 정문에서 서촌 마을 방향으로 꺾어지는 큰 도로인 '필운대로' 한가운데입니다. 낮은 구릉지 사이로 계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늘하게 보였던 곳이었고, 특히 겨울에 오면 눈을 맞이하며 인왕산 자락을 고즈넉하게 바라볼 수 있던 최적의 사이트였는데 어느새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정확히 작년 5월부터 인근에 대규모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 둘 사라져가는 옛 가옥이 보입니다. 곳곳에 짙은 콘크리트가 쓰러져가면서 사이사이 옛 수세식 화장실과 정겹던 90년대 간판 또한 부서지고 버려지고 있습니다. 구릉지대로 조금 더 올라가 한편에는 깨진 항아리가 널브러져 있더라고요.


제가 있는 곳은 지금 문화재로 지정된 골목입니다.


인근에는 옥인 아파트 단지가 있으며, 그 주위로 소규모 한옥이 자리고 있는 곳인데 이곳을 파괴하고 새로운 자리로 만든다는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대규모 골목이 쓰러져가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하물며 LH(서울 주택공사)와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리모델링 사업, 혹은 재생 건축에 대한 수완은 좋은 편이나, 골목 곳곳을 누벼파는 방법은 절대 합법적이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필운대로 일가 (공사 중 ~2022)





재건축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이유 없는 건축 변화는 로컬을 파괴한다.


인근에 옥인 연립 주택이라는 자그마한 소규모 단지가 있습니다. 아파트라고 부르기도 참 뭐 한 작디작은 빨간색 담벼락이 즐비한 연립 단지입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1970~80년대에 추진했던 문화주택의 일부 공간으로써, 혹은 예술가들을 위한 보금자리로써 서서히 넓혔던 아파트라고 합니다.


이번 연도 5월에 이 동네를 거닐었습니다. 옥인 아파트 인근을 누비었던 4월의 흔적을 올려보았는데요.


여전히 진달래는 아름다웠고 이팝나무가 서서히 꽃피우기 시작했더랍니다. 분홍 했던 이 이름 모를 나무 군락지 사이에서 아이들의 웃음조차 사라지고 없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한 저녁에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는지 서촌 마을 북쪽으로, 정확히 '옥인 길' 기점으로 냄새가 확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감미로웠던 그 당시 4월의 흔적은 이미 지나고 없습니다. 다시 옥인 아파트의 내부 구조를 돌아볼 수는 없겠습니다. 삼엄한 경비가 즐비하고 아저씨들 또한 찌는 찜통더위를 견디고 계시더랍니다. 최후의 보루라고 했습니다. 수성동 계곡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철거되어 없어진 옥인 아파트의 일부 구조가 서슴지 않게 매달려 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안타까운 역사의 한 모퉁이를 지나 이 서촌 마을의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 봅니다.















사라져 갑니다. 나름 서촌 마을의 수호신이라 자리 잡았던 옥인 연립 주택은 이제 서서히 사라져 갑니다.

고이 접혀 하늘로 날아가는 종이비행기처럼 사라집니다.


소중했던 당시 우리를 위해 기억에 남아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쩌면 당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또한 이제는 하나의 낯가죽이 되겠습니다.


사라지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인간의 체취가 사라져 갑니다.


그래서 저는 재개발이 싫습니다.

명분 없는 재개발이 싫습니다.


*현재 서촌 마을 관련 '고즈넉한 마을에 숨결 넣어주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일부 내용입니다. 다소 우리가 알 수 있는 서촌 마을에 대한 풍경과 내용에 대해 객관적 서술이 아닌 주관적인 서술이 기입되어 있으므로 참고 부탁드립니다.


#서촌마을 #도시재생 #골목재생 #건축재생 #마을프로젝트 #도시재생프로젝트 #골목길프로젝트 #골목투어 #골목화분 #서촌마을골목투어 #서촌골목투어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친화주의, 서촌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