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를 돌리기 전, 나는 항상 의식처럼 집안을 한 바퀴 돈다. 바닥에 떨어진 양말은 없는지, 충전 케이블은 정리되었는지, 이동에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집 막내인 강아지의 흔적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청소기 버튼을 누르기 전 집안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완벽해. 청소기는 기분 좋게 윙윙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나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한참 후, 거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로봇청소기를 보니 평소와 다른 움직임으로 바닥을 맴돌고 있었다. 그제야 눈에 들어온 것은 청소기 바퀴 자국. 갈색으로 얼룩진 선이 거실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순간 상황을 깨달았다. 강아지가 구석에 남긴 배변 흔적을 청소기가 그대로 빨아들이고, 집안 곳곳을 누비며 바닥에 '작품'을 남긴 것이다.
당혹감, 짜증, 체념이 차례로 밀려왔다. 청소기를 들어 분해하고 닦는 과정, 다시 바닥을 온전히 청소하는 과정, 그리고 소독까지. 로봇청소기로 시간을 아끼려 했던 내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다.
청소기 필터를 씻으며 문득 웃음이 나왔다. 편리함을 위해 산 기계가 오히려 더 많은 일을 만들어낸 아이러니. 시간을 아끼려던 것이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든 역설.
그리고 느낀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실수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로봇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나는 더 이상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가끔은 실수가 있을 것이고, 그것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청소기가 남긴 자국처럼, 우리 삶에도 예상치 못한 흔적들이 남겨지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실수를 우아하게 다루는 방법은, 그것을 피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일어났을 때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로봇청소기가 그려낸 예술작품 같은 그 흔적을, 삶의 한 장면으로 여기는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