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처럼 놓고 온 것들

by 부만나

지난주, 딸 집에 방문하는 길 정성스레 반찬을 준비했다.

딸이 좋아하는 김치와 몇 가지 밑반찬을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현관문을 나서며 마음 한편에서 무언가 빠뜨린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바쁜 마음에 그냥 지나쳤다.


딸의 집에 도착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한참이 지났을 때였다. 딸이 물었다.


"엄마, 반찬은요?"


그제야 번쩍 떠올랐다.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들. 순간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어떻게 이런 실수를? 나답지 않게.

놀라운 것은, 딸의 반응이었다.


"엄마가 이러는 모습 처음 봐요. 신기해."

그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스스로에게 엄격했는지.

얼마나 실수하지 않기 위해 긴장하며 살아왔는지.

딸의 말은 마치 거울처럼 내 인생을 비춰주었다.


돌아오는 길, 나는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가족에게, 직장에서, 사회 속에서...

나는 늘 완벽함을 추구했다.

실수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것이 내 역할이라고, 내 책임이라고 믿었다.


처음으로 나 자신이 짠하게 느껴졌다.

왜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였을까?

왜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았을까?

냉장고에 두고 온 반찬처럼,

어쩌면 내가 두고 온 것들이 더 많지는 않을까?


실수를 우아하게 다루는 법.

그것은 어쩌면 타인의 실수를 용납하는 것보다,

자신의 실수를 너그럽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가끔은 실수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제 나는 조금씩 배우고 있다.

냉장고에 두고 온 반찬처럼,

실수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그리고 그런 실수 속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를.


딸에게는 잊어버린 반찬 대신,

더 진솔한 모습의 엄마를 선물한 셈이다.

어쩌면 그것이 반찬보다 더 값진 선물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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