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잊혀짐과 기억됨 사이

by 부만나

지난주, 나의 생일이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특별한 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지만, 그날에는 미묘한 감정의 파도가 찾아온다.


가족 중 몇몇이 내 생일을 잊었다. 평소 늘 함께하는 사람들, 가장 가까운 이들 중 일부. 그들의 잊음은 타인의 잊음과는 다른 무게로 마음에 내려앉았다. 서운함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했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기억해 준 가족들도 있었다. 그들의 축하는 익숙하면서도 따뜻했다. 하지만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타인에게서 받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동료, 가끔 연락하는 친구,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온 지인. 그들의 작은 축하 메시지와 정성 어린 선물은 예상치 못한 기쁨을 선사했다.


문득 생각해 보았다. 가족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큰 건 아닐까. 당연히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작은 실망으로 이어지는 순간들. 그들도 각자의 바쁜 삶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왜 나는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했을까.


섭섭함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강도는 약해지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잊혀진 생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면, 이제는 그저 지나가는 작은 파도 같다. 세월이 가르쳐준 여유로움일까, 아니면 우선순위의 변화일까.


어쩌면 실수를 우아하게 다루는 방법은, 기대를 조절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고, 그들의 작은 실수도 품어주는 넓은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작은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


생일은 결국 하루에 불과하지만, 그 하루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넓고 깊다. 서운함과 감사함, 기대와 실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성숙함까지.


이제 나의 생일은 지나갔지만, 그날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의 여운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족의 기억과 잊음, 타인의 뜻밖의 배려, 모두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그것이 생일이라는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가 가르쳐준 우아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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