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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을 박차고 나온 '우리'의 뺨 위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스쳤다. 하지만 그 바람보다 더 차가운 건 머릿속을 스치는 5년 전의 기억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바람이 날카로웠다.
"우리야, 미안해. 지금은 내가 네 곁에 있을 수가 없어."
도현은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때로는 그 다정함이 가장 잔인한 칼날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혹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그는 아무런 예고 없이 이별을 고했다.
"인연이 꼭 필연이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 사이도 아마 여기까지인가 봐."
담담하게 말하던 그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처음으로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착각이었는지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그 후로 '우리'에게 계절은 그저 견뎌내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고, 바다를 봐도 휴식을 떠올리지 못하는 무채색의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그는 다시 나타나 예의 그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빠는 몰라. 오빠가 사라진 뒤로 내가 얼마나 숨이 가쁜 삶을 살았는지.'
우리는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카페 쪽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모래를 밟는 그 일정한 박자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래사장을 밟고 다가오는 발소리가 멈췄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차가운 모래 위로 번지는 그의 그림자만 노려보았다.
"우리야, 감기 걸려. 일단 들어가자."
도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지나치게 다정했다. 그게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5년 전, 나를 버려두고 떠날 때도 그는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오빠는 그 미소가 무기라고 생각하죠?"
내 말에 도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가, 그의 코앞에서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 다정한 미소로 사람 마음 다 헤쳐놓고,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하지 마요. 나한테 오빠 미소는... 따뜻한 햇살이 아니라, 숨을 막히게 하는 독가스 같은 거니까."
순간, 도현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그는 입가에 희미하고도 쓸쓸한 미소를 띄웠다. 아까 카페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무너질 듯 위태로운 두 번째 미소였다.
"독이라도 좋으니까, 차라리 그렇게라도 네 숨에 섞일 수 있다면 다행이네."
"뭐라고요?"
"보고 싶었다는 말, 안 믿을 거 알지만. 그래도 해야겠어. 나한테도 지난 5년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겨울이었거든."
도현이 내미는 손이 공중에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손을 잡아야 할지, 아니면 쳐내야 할지. 내 마음속엔 다시 반가움보다 무거운 복잡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